호반건설이 사들인 주식은 금호산업 보통주 171만4885주로 주당 1만1926원에 매입해 투입된 비용은 총 204억원입니다. 과연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인 이유는 뭘까요.
호반건설은 요즘 건설업계에서 ‘뜨는 해’로 여겨지고 있긴 합니다. 호반건설이 분양을 하기만 하면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호반건설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호반건설은 중흥건설, 반도건설과 함께 건설업계 중견 3인방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져 웬만한 대형 건설사들이 부럽지 않은 상황입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이미 보유한 택지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인산인해를 이룬 호반건설의 분양 현장 견본주택 전경 |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에 따라 향후 신규 택지지구나 신도시 공급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반건설은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셈입니다. 쉽게 말해 앞으로 제한된 택지지구 내에 가진 땅이 많으니 향후 상당 기간 먹거리를 이미 따논 당상입니다.
또한 호반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24위에서 올해 15위로 단숨에 9계단을 뛰어 오른 반면, 금호산업은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0위로 2계단 내려앉았습니다. 즉, 올해는 호반과 금호의 순위가 교차하는 시점이라는 얘깁니다.
파죽지세의 호반건설이 12일 금호산업의 주식 매입에 나서 0%였던 금호산업에 대한 지분율을 5.16%까지 끌어올리자 시장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12일 오전 금호산업 주식은 시장 개장과 함께 1만5600원 선까지 올랐다가 오전 11시 현재 1만5000원으로 전일보다 3.45%(500원) 오른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금호산업우는 개장 직후 가격 제한 폭까지 올랐다가 11시 현재 상승 폭을 약간 줄여 9.74%(1500원) 오른 1만69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호반건설 측에서는 금호산업 경영권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입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여유자금을 투자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최근 금호산업이 저평가돼 있다는 시각이 많지 않았느냐”고 했습니다. 그는 “다만 타이밍상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 같다”며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금호산업 측 역시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금호 쪽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기 때문에 채권단으로부터 금호가 다시 경영권을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금호산업 채권단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과정에 보유하게 된 금호산업 지분 57.5%의 매각 방안을 가결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측이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을 되찾을 길이 열린 바 있습니다.
이를 놓고 ‘호재’로 보는 시각에서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주식을 샀을 뿐이고, 금호산업은 경영권 되찾기 수순에 들어가는 모습인데 이를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맥락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이러한 양상은 기존 거대 건설사의 하락세와 중견 신예 건설사들의 무서운 상승 곡선이 교차하는 오늘날 건설업계의 추세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면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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