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반응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로마행 비행기에 오르는 가운데 시민들은 일제히 교황의 이번 방한에 대해 깊은 감사와 감동의 마음을 전했다.세월호 침몰 사고로 단원고에 다니던 아들을 잃은 김영래 씨는 “무엇보다 교황께서 광화문 시복식 때 유민이 아버님 계신 곳에 직접 내리셔서 손을 잡아주시고, 편지를 전달 받은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김 씨는 “교황께서 ‘낮은 데로 임하신다’는 마음가짐을 몸소 실천하셨다”며 “제발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도 교황처럼 낮은 곳을 돌아보고 위로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아울러 “교황 방한을 계기로 (희생당한) 아이들의 억울함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신자인 김지환 파블로 씨는 “교황께서 ‘비인간적 경제모델’을 지적한 부분이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울림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봉헌된 기념미사에서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세월호 참사 역시 생명을 경시하고 이윤추구에만 매달리는 탐욕에서 비롯됐다”며 “비인간적 경제 모델을 거부하라는 교황의 메시지야말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가 받아들여야 할 화두”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한 바 있는 김선현 차의과대학 미술치료대학원 교수는 “우선 모든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이 교황을 만나 아픔을 위로받았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교황 반문을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국제적 연대를 통해 일본의 사죄와 정당한 보상을 받아내는 해결책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했다.아울러 “보다 궁극적으로는 교황께서 강조하신 바대로 화해와 평화라는 물꼬가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한편 교황의 한국방문 마지막 공식 행사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였다. 교황이 강론을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날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각계 인사 1000여명이 초청됐다. 또 쌍용차 해고 노동자 3명, 제주 강정마을 주민 3명, 송전탑 건설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밀양 주민 3명, 용산 참사 피해자 3명 등 갈등과 대립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초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명동성당 미사를 마친 교황은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마친 뒤 오후 1시께 로마로 출국했다.
김기훈ㆍ배두헌ㆍ박혜림 기자/kih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