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으로 일각에서는 직무태만을 넘어 사고와 관련해 무언가 은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던지는 형국이다.
정재용 목포해양대학교 해상운송시스템학과 교수 등이 2012년 8월 해양환경안전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진도 연안 VTS의 성과 분석 및 기능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보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보여준 진도 연안 VTS의 석연치 않은 대처는 더 도드라진다.
논문에 따르면, 진도 연안 VTS는 2006년 당시 해양수산부에서 운영해 오다가 2010년 7월 15일자로 해양경찰청으로 업무가 이관됐다. 진도 연안 VTS 관할구역은 제주도의 2배가 넘는 약 3700 ㎢ 면적이다.
또 2010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총 17개월간 진도 연안 VTS 관할구역을 오간 선박은 총 13만8368척으로 일평균 약 267척에 달해 연안 VTS 중에서도 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다.
논문은 이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를 분석한 결과, 연안 통과 선박의 경우 10명 이내의 승무원이 잦은 입출항으로 선원들이 피로한 상태에서 항해하는 경우가 많고, 항해사의 긴장감 역시 항내보다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이를 감안해, 진도 연안 VTS 관제사는 선박이 관제구역 진입ㆍ출입시 반드시 교신을 설정토록 하고, 집중관제 구역 등 사고 위험구역에서 재(再)교신을 하는 등 선박 운항자의 긴장감을 일깨우는 활동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진도 연안 중 특히 집중적인 관제를 필요로 하는 지점으로 ① 가사도 부근 ② 장죽수도 ③ 어룡도 부근 ④ 추자군도 북방 ⑤ 그리고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맹골수도 등 5곳을 꼽았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원래 VTS는 사고 이후 처리 등 수동적인 임무가 아니라 사고 예방처럼 능동적인 임무를 수행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VTS는 관제구역 내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유발 요인을 감시해야 한다. 또 사고 발생 시 상황실에 통보하기 전에 먼저 현장세력을 출동시키고 해당 상황을 모니터링 해 안내 방송으로 제2, 제3의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침몰 사고에서 3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진도 연안 VTS는 능동적이기는커녕 90㎞ 떨어져 있는 제주 연안 VTS보다 훨씬 더 늦게 사고 소식을 알았다.
해경은 세월호가 교신 채널을 제주 연안 VTS에 맞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사고 지역이 자신의 관할구역인데다 VTS 설치 목적까지 감안하면 세월호 탓만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세월호가 맹골수도에서 오른쪽으로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고, 북쪽으로 지그재그 형태의 표류를 시작했을 때에도 이를 조기에 발견ㆍ조치했어야 할 진도 연안 VTS는 침몰이 한참 진행된 9시께에야 세월호와 첫 교신을 했다.
해경에 따르면 세월호가 진도 연안 VTS 관할구역에 오전 7시 10분께 처음 진입한 이후부터, 침몰 당시 교신 사이에는 다른 교신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위험 지역에서 교신을 나누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이면서도 일각에선 더 큰 의구심을 품고 있다. 7~9시 사이 다른 선박과 여러 차례 교신을 하던 진도 연안 VTS가 침몰 전 이상징후를 나타냈을 공산이 큰 세월호와 왜 유독 교신을 하지 않았는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한편 해경은 지난 21일 진도 연안 VTS가 세월호가 관할구역에 진입한 이후부터 사고 발생까지 모니터링을 했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여전히 사고 전 이상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실제 진도 연안 VTS는 2010년 10월 2일 새벽 1시께 관할구역에 진입 중인 743톤 유조선이 섬과 양식장으로 접근하며 지그재그 항해하는 것을 발견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취해 사고를 막았다.
진도 연안 VTS는 당시 수차례 선박에 VHF로 호출했으나 응답하지 않아, 선박 전화번호까지 확인해 다시 수차례 연락했다. 결국 통화에 성공, 음주로 의심되는 선원의 목소리까지 인지해 인근 해경 함정에 검문검색을 지시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이 같은 VTS 본연의 ‘정상적인’ 감시와 조치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점은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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