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시즌 3승을 올렸다. 류현진은 “세월호 참사로 큰 슬픔에 젖은 대한민국 국민에 힘이 되도록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시즌 다섯 번째로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4안타와 볼넷 하나만 내주고 탈삼진 3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막았다.
다저스가 2-0으로 앞선 8회말 브라이언 윌슨과 교체된 류현진은 결국 경기가 2-1 승리로 끝나 최근 2연승이자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류현진은 올 시즌 개막 이후 원정에서 4경기 연속 26이닝 무실점 기록도 이어갔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원정경기 28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다저스 구단 사상 선발투수가 원정경기에서 4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막은 것은 1988년 9월 오렐 허샤이저(37이닝) 이후 류현진이 처음이다. 허샤이저는 당시 앞뒤 경기를 포함해 41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류현진은 경기 후 “한국에 큰일이 벌어졌고 국민이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도록 이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류현진은 이날 자신의 라커룸에 등번호 대신 ‘SEWOL4.16.14’라는 문구를 붙여 눈길을 모았다. 다저스는 이 사진을 공식트위터에 올리며 “류현진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에게 추모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이에 대해 “통역하는 마틴 김과 함께 생각해서 했다”고 했다. 등판일 전날인 17일 자신의 트위터엔 “모두들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힘내세요. Remembering the SEWOL disaster”라고 올리기도 했다.
현지 언론도 이에 주목했다. 외신은 “류현진이 조국을 위해 공을 던졌다”며 “여객선 침몰 사고로 인해 슬픔에 잠겨 있을 한국민에게 위로가 되고자 마운드에서 힘을 냈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이날 투구에 대해선 “일단 낮게 제구가 잘 된 것 같고, 지난 샌프란시스코전서 뼈저리게 패배를 당한 이후에 바로 붙는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경기해서 기분이 좋다. 상대 투수 범가너가 수준급 투수기 때문에 최대한 점수를 안 주려고 열심히 던졌던 게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고 했다.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와 홈개막전서 2이닝 8실점(6자책)으로 최악의 경기를 펼친 내용에 대해선 “ 지난번에는 졌다는 것만 생각하고 내용은 생각하지 않았다. 크게 맞은 경기였기 때문이다. 오늘은 잘 던지고 싶었다”며 “홈 개막전보다 아무래도 실투가 적었고 제구가 어려운 코스로 공이 간 게 그쪽 타자들한테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을 것 같다. 또 제구가 잘 됐기 때문에 점수 안 주는 경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류현진의 호투에 대한 미국 언론의 칭찬이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류현진 앞에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셧다운’ 당했다”고 표현했다.
MLB닷컴은 “안타 4개를 허용했지만 1회 이후에는 주자가 득점권 안에 들게 하지는 않았다”며 “류현진이 최근 샌프란시스코전에서의 참패를 설욕했다”고 전했다.
지역 일간지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다저스가 선발 투수 류현진의 월등한 투구를 등에 업고 샌프란시스코를 물리쳤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때로는 백지상태가 좋은 성적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며 “직전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패배한 류현진은 이날 그 예를 보여줬다”고 류현진이 최근의 악몽을 떨쳐내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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