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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무차별 테러의 해소방안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폭력·테러 범죄를 결연히 단속해 국가안전을 수호하고 양호한 사회질서를 수립할 것이다”면서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테러사건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쿤밍 테러를 규탄한 부분은 사전에 배포된 ‘원고’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총리가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원고에 없는 내용을 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이번 사태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일 오후 관광객들로 붐비는 쿤밍역에서 참극이 일어났다. 복면을 쓴 괴한들이 칼을 휘둘러 29명이 사망하고 140명 이상이 부상했다. 공안 당국은 현장에서 4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다. 도주했던 남은 용의자 3명도 사건 발생 이틀 후 붙잡았다. 공안은 사살된 4명과 현장에서 체포된 1명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인터넷 상에 게재된 사진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살아서 체포된 범인이 앳된 얼굴의 16세 소녀였기에 중국 국민들의 경악은 컸다. 쿤밍에서는 지금도 택시운전사들이 위구르족 거주지역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현지 한족들도 웬만해선 그 지역에 가지 않는다. ‘위구르족은 위험분자’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어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가 터졌다. 전체 승객의 3분의 2가 중국인인데다 베이징으로 가던 여객기가 사고를 당했다는 점에서 중국을 겨냥한 테러가 아니겠느냐는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요즘 중국에서 일어나는 테러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종교적 급진주의가 끼어들면서 테러가 더 자주 일어나고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공식적인 테러사건만 10여건에 이른다. 지역도 변경이 아닌 대도시가 겨냥되면서 이제 테러가 ‘만리장성’을 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무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그러나 테러를 일으킨 뿌리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중국의 민족정책이 문제를 낳았고 거기에서 민족모순이 초래된 것이다.

위구르족 전통사회는 와해 직전이다. 실업률은 높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회색·불법사업에 종사한다. 직장을 못 구해 놀고 있는 젊은이가 많아 당구 애호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최고’라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마치 유럽의 집시를 보는 듯하다. 학자들은 농업사회에서 살고 있는 절대 다수의 위구르족이 현대사회에 융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포와 탄압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이번 쿤밍 테러를 미국의 ‘9ㆍ11 테러’와 비교한다. 당시 미국은 철저한 ‘보복’에 나섰다. 그렇지만 ‘9ㆍ11 테러’ 전후, 미국이 보여준 대외정책을 보면 반성해야 할 점은 많다. 미국은 테러의 ‘발본색원’을 부르짖었으나 테러는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큰 안전을 위해선 큰 전략이 필요하다. ‘대국’은 군사력 강화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평등과 존중, 개방과 대화, 그리고 포용성도 ‘대국굴기’의 필수 요건이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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