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둘러싸인 행복한 전원생활
우리나라는 국토의 64%(637만㏊)가 산으로 둘러싸인 대표적인 삼림국이다. 실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가운데 네 번째로 넓은 산림비율을 자랑한다. 특히 도시가 아닌 농·산촌에서의 전원생활이란 거의 대부분이 산속이나 산자락 농지에 보금자리를 짓고 생활하는 것이어서 늘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
숲은 임산물을 생산하는 직접적인 기능 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한 간접적인 기능까지 그 기능이 실로 무궁무진하다. 오래전에 도시화율 90%를 넘어선 우리나라에서는 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산림의 간접적인 기능이다. 수원 함양 기능, 온실가스로 인한 이산화탄소 흡수, 대기 정화, 산림휴양 기능, 그밖에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각종 신물질을 추출할 수 있는 수많은 생물종의 거대한 보물창고가 바로 산림이다.
국토의 64%가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의 전원생활이란 숲이 주는 축복을 일 년 내내 풍성하게 향유할 수 있는 건강한 삶이다<사진은 눈 덮인 강원도 계방산에서 바라본 주변 전경>. |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에서 자라는 나무를 연간 생장량으로 곱해서 평가한 가치는 연간 2조5,000억 원(2008년 기준)에 불과한 반면, 산에 있는 나무가 물을 가두어 두는 수원함양 가치는 대체 비용법으로 환산해보면 연간 20조2,100억 원(2010년 기준)에 달한다. 또 물을 정화시키는 가치는 연간 6조5,470억 원(2010년 기준), 공기를 정화시키는 가치는 연간 22조6,270억 원(2010년 기준)에 이른다.
이처럼 우리나라 산림은 목재 생산과 함께 엄청난 공익적 기능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총 109조 원에 달하며, 국민 일인당 연간 216만 원의 혜택을 산림에서 받으며 살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농·산촌에서의 전원생활은 말할 것도 없다. 숲은 많은 자원과 더불어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서도 결정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림은 크게 국유림(24%)과 공유림(8.5%), 그리고 사유림(67.5%)으로 나뉜다. 국유림은 산림청이 관할하는 국유림과 다른 부처에서 관할하는 국유림으로 나눌 수 있다. 산림청이 관할하는 국유림은 다시 공익상 보존할 필요가 있는 요존(要存)국유림과 불요존(不要存)국유림으로 나눈다. 북한산,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 오대산 등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은 모두 국유림에 속한다.
사유림은 개인, 회사, 사찰 등에서 소유하는 산림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원생활 입지에 있어 으뜸으로 치는 명당은 예나 지금이나 배산임수의 남향 터이다. 여기서 배산(背山)이라고 하면 뒤로는 숲을 끼고 있는 것을 말한다. 전원 보금자리를 감싸고 있는 숲은 국유림·공유림은 물론 사유림이라고 해도 나쁠 것은 전혀 없다.
숲과 강이 감싸고 있는 전원마을은 심신의 힐링과 자연 먹을거리 뿐 아니라 재테크 가치 또한 높다. |
#숲이 주는 건강 선물과 임도 따라 걷기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지고, 자연과 멀수록 병은 가까워진다’. 이는 18~19세기 독일 문학의 최고봉을 상징하는 괴테가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숲은 우리에게 봄부터 겨울까지 산약초와 버섯, 각종 열매 등 건강 선물을 듬뿍 안겨준다. 친환경 유기농업이 추구하는 목표가 바로 자연 상태로 자란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것이라면, 전원의 산야에는 이런 자연 먹을거리가 널려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산이 주는 이보다 더 귀한 선물이 있으니 바로 건강한 기운, 산의 정기(精氣)다. 조용히 산의 정기를 호흡하며 대화를 나눌 때 우리의 심신은 건강과 활력을 얻게 된다.
잘 닦여진 임도 트레킹은 전원생활을 하는 전원인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축복이다. 등산로 등 숲길이 사람들의 발자국에 의해 만들어진 길이라면, 임도는 정부의 산림 정책에 따라 계획적으로 조성된 길이다. 숲길이 보다 자연스럽고 다소 거친 반면에, 임도는 길 폭이 넓어서 트레킹은 물론 MTB(산악자전거)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임도는 직장 은퇴 후 농·산촌으로 들어온 나이든 전원인들에게 건강관리를 위한 힐링 코스로 제격이다. 지금 전원생활을 모색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임도로 연결되는 청정 숲이 둘러싸고 있는 입지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근래 들어 임도가 트레킹과 MTB를 타는 힐링 코스로 인기를 더하면서, 이를 관리하는 지자체나 국유림관리소에서도 임도 개방을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원주택의 입지는 뒤(북쪽)로는 숲을 배경으로 한 남향의 터가 살기에 좋다. |
임도는 부부 또는 자녀와 함께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산길이지만 산허리를 감아 도는 완만한 경사의 길이라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오랜 세월 산림 관리를 위해 출입을 통제해 왔던 덕분에 훼손되지 않은 청정 환경과 풍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임도 주변은 산약초와 버섯 등 각종 건강 먹을거리도 널려있다.
강원도 인제 원대리는 명품 자작나무 군락지로 사계절 등산, 트레킹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그 가운데 원대리 임도는 산책하듯 유유자적한 트래킹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코스다. 9.14㎞ 구간의 원대리 임도는 동쪽으로 내린천이 흐르고 박장골과 분토골, 산상동골 등 작은 골짜기가 있어 멋진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2011년에 개장한 강원도 횡성의 태기산 테마 임도는 둔내면 삽교3리에서 숲체원에 이르는 힐링 코스(16㎞)다. 전 구간이 해발 800~900m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에코 800 트레킹로’로 불리기도 한다. 구간 내에 전망데크, 원두막, 산림욕장, 통나무 의자, 운동기구 등 각종 편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재벌 회장 부럽지 않은 K씨의 보금자리
강원도 오지의 청정구역으로 손꼽히는 홍천군 내면의 K씨(52) 보금자리는 개별 전원명당의 대표적인 사례다. K씨(52)의 집과 대지 일대는 주변을 감싸고 흐르는 계곡물에 희귀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그 청정함이 남다르다.
K씨의 보금자리 자체는 화려하거나 규모가 크지도 않다. 하지만 입지가 매우 빼어나다. 사유지이지만 오대산국립공원의 산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어 쭉쭉 뻗어 올라간 장송들이 그대로 정원수가 된다. 또한 1급 명경지수를 자랑하는 계곡물이 K씨 집 주변을 은근하게 휘감아 흐른다.
다시 말해 K씨의 집과 대지는 국유림과 국유하천에 둘러싸여 있다. 집 주변 국유림과 하천부지는 완만한 경사지여서 K씨는 산림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곳에 자연 텃밭을 일구어 푸성귀 등 청정 먹을거리를 조달한다. 자연 텃밭에 심어놓은 곰취는 고산에서 채취한 곰취와 별반 차이가 없다. K씨의 집도 해발 650m에 위치한 고랭지이기 때문이다.
잘 닦여진 임도 트레킹은 직장 은퇴 후 농·산촌으로 들어온 나이든 전원인들에게 건강관리를 위한 힐링 코스로 제격이다. |
K씨의 집과 대지는 총 1320㎡(400평) 규모다. 전원주택 한 채 짓고 작은 텃밭과 정원을 만들기에 적당한 크기다. 하지만 실제 K씨가 집과 정원, 텃밭 그리고 산책로 등으로 이용하는 땅의 크기는 대지의 10배쯤 된다. 집과 대지를 둘러싼 국유림과 하천이 그대로 자신의 정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365일 자연의 축복을 향유하는 K씨는 말한다.“내가 소유한 땅은 비록 작지만 주위가 모두 국유림과 하천부지여서 사실 내 앞마당, 뒷마당처럼 사용하고 있지요. 비싼 돈 들여서 조경하지 않아도 사시사철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삼림욕을 즐깁니다. 도시의 재벌 저택이 하나도 부럽지 않아요. 아무리 돈을 들인다 해도 이렇게 자연그대로의 청정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는 없잖아요.”
이처럼 국유림과 하천부지에 접한 전원입지는 이를 잘만 이용하면 훌륭한 개인 정원, 자연 텃밭이 된다. 물론 이런 땅을 만나려면 부지런히 현장답사를 다녀야 한다. 또한 토지이용계획확인원, 토지대장, 지적도 등 각종 공부를 떼어보고 관할 군청에 가서 건축 제한사항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K씨가 소유한 땅(400평·1320㎡)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주변 땅의 시세가 3.3㎡(1평)당 30만원 이라고 한다면, 1억2000만원일까. 아니면 실제 이용하는 땅의 면적을 반영한 12억 원일까. 등기부상 개인 소유의 땅 면적이 1320㎡이니 12억 원(3.3㎡당 300만원)이 될 턱은 없지만, 그렇다고 1억2000만 원(3.3㎡당 30만원)에 살 수 있는 땅도 결코 아니다. 국유림과 하천부지의 자연스런 활용도, 천혜의 입지조건 프리미엄이 반영된 어느 선(?)이 될 것이다.
인접 국유림의 이용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전원 재테크에 있어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전원생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름 준비를 하고 있다면, K씨 집과 같은 입지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이런 땅은 귀하다.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다. 발품을 팔며 부지런히 찾아다니면 만날 수 있는 ‘인연의 땅’이다.
(전원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