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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작가 라픽 사미가 다마스쿠스에 머물던 시절의 얘기를 꾸민 ‘파리(fly) 젖 짜는 사람’ 중 한토막이다. 내연남은 콩밥 대신 해방을 얻는 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 세미 픽션에는 병역기피자, 빗나간 교육자, 민간사찰하는 비밀경찰 얘기도 있다. 다마스쿠스는 시리아의 수도다. 기나긴 독재정권의 폐해가 풍자 속에 숨어있다.
다마스쿠스의 고대ㆍ중세사는 찬란했다. 지금부터 4500년 전 건설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이곳은 비잔틴제국의 중심도시, 중세 동서무역의 중개지, 20세기 초 아랍왕국의 수도였을 정도로 문화와 문물이 넘쳤다.
다마스쿠스에서 성장기를 보낸 슐탄 살라딘은 12세기 피흘리며 빼앗긴 예루살렘을 협상 끝에 무혈 탈환한다. 다마스쿠스의 살라딘 동상은 ‘전쟁 속 휴머니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부녀자ㆍ아동 등 수만명이 독재자에게 학살당한 이곳엔 지금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마스쿠스의 명예에 먹칠한 독재자 아사드가 콩밥 먹을 일이 머지않은 듯하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