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개인주의는 다르다?
약으로 소외감을 없앨수 있다?
막연한 의문들에 학문적 천착
각종 심리기제의 진화성 분석
과학 최전선서 미래 내다보기
![](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3/03/29/20130329000555_0.jpg)
생명관을 비롯해 우리 마음 한구석에 품은 막연한 의혹과 불가사의에 젊은 과학자가 해결사로 나섰다.
대중과학서 보급에 앞장서온 맥스 브로크먼이 기획하고 엮은 ‘퓨처 사이언스’(문학동네)는 첨단과학의 최전선에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 중인 19명의 젊은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열정적인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젊은 과학자의 면모는 쟁쟁하다. 하버드대 발달연구실험실의 사회인지발달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펠릭스 바르네켄, 영국 케임브리지에 소재한 MRC분자생물학연구소 바이러스학자 윌리엄 매큐언, 코넬대 컴퓨터과학 교수 존 클라인버그 등 첨단과학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다.
책의 과학적 탐구영역은 불치의 바이러스 퇴치, 광범위한 데이터 처리, 생명체 등 다양하지만 보다 집중된 쪽은 인간의 특정한 신체적ㆍ정신적 현상을 추적하는 일이다. 즉, 이타심, 손실에 대한 기피, 수치심, 소외감, 도덕성, 지역이나 인종에 따른 기질의 차이 등 사람의 마음과 관계된 내용이 많다.
바르네켄은 우리의 이타심이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으로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진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침팬지도 비교적 적은 노력이나 희생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꺼이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부모의 교육이나 친절에 대한 보상이 이타적 행동을 고양시킨다는 문화 기인설과 다르다. 바르네켄은 오히려 생물학적 소인이 문화적 요인을 통해 발달한다고 본다. 문화는 단지 이를 가꾸는 역할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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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게놈이 이미 고정되고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경험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는 대상임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경험도 때로는 유기체에 지속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본문 중) |
제니퍼 자케와 나오미 아이젠버거는 수치심과 사회적 고통의 정체를 밝히고 그런 심리기제의 기원을 추적한다. 수치심은 개인이 집단에 협력하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반면 사회적 고통은 소외로 인한 생존의 위기를 경고하는 신호로, 실제로 몸의 신경체계에 편승해 신체적 통증과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발현한다. 저자는 이런 심리기제를 생존을 위한 진화적 적응의 산물로 본다. 공동체 구성원 간 협력과 배려를 통한 유대관계 유지가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매큐언은 세포에 침입한 병원체를 감지하고 무력화하는 세포 내 방어 메커니즘을 연구한다. 최신 생물학 기술인 단백질 영역융합은 항암치료 등 항바이러스 면역체계 구축에 희망을 선사한다.
무한대에 대한 탐색에 나선 앤서니 아기레, 식물의 면역체계 연구에 도전한 커스틴 밤블리스 등 퓨처 사이언스는 미래과학 내다보기 작업의 최신 결정체라 할 만하다. 현재에서 내다볼 수 있는 첨단과학의 지경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몸과 마음을 향한 과학의 탐색이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 이 책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