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도 한국의 설날에 해당하는 민족대명절 춘제를 맞아 한 해동안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분주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셀프 선물책’ 사이트인 바샤(芭莎)닷컴을 통한 선물 주문이 인기다. 춘제를 앞두고 한 기업에서만 많게는 수만 권의 ‘셀프 선물책’ 주문이 들어온다고 한다.
셀프 선물책은 상품권과 전자카달로그가 결합된 서비스로, 금액별로 구성된 선물책을 상대방에게 전송하면 해당 목록에서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선물책 안의 상품들은 스마트폰에서 명품 핸드백, 만년필, 일류 호텔 피트니스 이용권 등 하나같이 고가의 물건들이다. 5000위안(약 87만원)짜리 선물책을 구매하면, 그 안에는 갤럭시 노트2를 비롯해 스와로브스키 목걸이, 버버리 지갑 벨트 세트, 고급 와인잔, 발맛사지기, 제비집 과자 등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가 없는 선물들로 가득하다.
선물책을 받은 상대방은 기쁜 고민을 하다가 목록에서 원하는 선물을 클릭하고 배송 주소를 입력만 하면 된다. 가격대는 100위안에서 5000위안까지 있어 상대방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바샤닷컴 선물책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선물들. [출처=바샤닷컴] |
바샤닷컴이 중국 기업들에게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선물의 선택권이 주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에게 있다는 점이다. 선물책에는 최신 전자제품에서 화장품, 의류, 생활용품, 고급음식,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기뻐할만한 선물로 구성돼 있다. 각기 취향이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샤닷컴의 선물책은 정말로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선물할 수 있어 받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에게 모두에게 행복한 새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부모님들 설날 선물로 구형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모님 세대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다. 오히려 큰 화면에 빠른 실행 속도로 젊은 세대보다 더 자주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메신저를 통해 대화가 끊겼던 자녀들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간단한 모바일 게임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 스마트폰은 이제 건강식품이나 안마기 대신 새로운 효도 선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절 선물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있어 평소 감사했던 분들께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소홀히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과할 필요도 없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을 이어줄 수 있는 선물이야말로 가격에 상관없이 가장 좋은 선물이다. 올해는 계사년, 뱀의 해다. 뱀은 영리하고 똑똑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어찌보면 스마트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동물이다. 계사년에는 의미없이 비싼 선물보다 스마트한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면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에게 더욱 행복한 해가 될 것이다.
KT 경제경영연구소 김재필 팀장/kimjaepil@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