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을의 전형적인 전원풍경중의 하나는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마을 어귀 감나무에는 빨간 감들이, 뒷동산의 밤나무에는 알토란같은 밤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모습이다.
전래동화에도 호랑이가 온다고 해도 멈추지 않던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는 곶감이 등장한다. 밤과 대추는 신랑신부가 결혼을 할 때 자식을 많이 낳으라고 어른들이 던져주시고 제사에도 빠지지 않는 등 관혼상제에 중요한 의식용 음식으로 애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 청정임산물인 산나물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생활과 의식속에서 임산물은 중요한 의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산지가 국토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산림은 생물자원의 보고이다라고 할 수 있다. 산에서 수확하는 임산물은 그 청정성과 안전성, 그리고 귀한 먹거리로서 수입산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많으며 그로 인해 생산자에게도 높은 수익을 올려주고 있는 귀한 몸이기도 하다. 이렇게 국내 시장가격이 높다보니 최근 임산물 수입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조만간 개시될 한-중 FTA 협상에 대해 국내 임업생산자들의 걱정과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수입산 저가 표고버섯의 판매로 국내 표고버섯 매출이 2/3정도 줄었다고 한다. 현재 표고버섯의 수입관세가 40%인데 만약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가 되면 모두 망하는 거 아니냐고 표고버섯 재배임가의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고사리, 도라지, 도토리는 물론이고 밤조차도 중국산 저가 밤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FTA가 임산물 수출확대와 국내 임업활성화에 좋은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발상을 바꾸어 생각하면 한-미, 한-EU FTA가 먼저 발효된 것은 우리 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가오는 한-중 FTA 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선진화된 물류체계와 엄격한 품질관리가 요구되며 투명한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유통체계를 선진화하고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한류 확산과 한국제품의 우수성이 널리 세계로 인식되고 있어 수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호기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여러 가지 성공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시장에만 출하했던 표고버섯 농가들이 미국과 유럽시장에 신선표고를 처음 수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동남아지역에 처음 수출하기 시작한 떫은 감도 수출 잠재력이 높은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밤은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품을 집중 개발해 수출함으로써 중국산 저가 밤에 대응하고 있다. 한류붐을 타고 한식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산나물에 대한 수출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임산물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산림조합중앙회,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등 관련기관과 함께 수출지원팀을 구성해 생산, 유통, 수출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수렴해 개선하고 있다. 또 임산물 수출전문가 컨설팅 사업과 수출전문 교육, 수출바이어 초청 등을 통해 생산자가 수출역량을 키워 해외로 판로를 확대하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수출하고 있는 임산물은 대부분 먹을거리다. 앞으로 환경과 건강이 중요시되는 시대에는 가격에 못지않게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과 품질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김용하 산림청 해외자원협력관
우리 주변에는 중국과 일본, 미국, 유럽이라는 거대시장이 열려 있다. 이들 국가의 중산층 이상 인구수는 수억 명에 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한국산 고급 청정임산물을 찾을 수 있도록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수확 후 품질관리, 가공, 포장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지난 1960~70년대 이후의 제2의 임산물 수출전성시대가 도래하리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분명 이를 통해 국내 임업의 활성화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