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며 삼국지세에 접어든 유력후보 3인방이 대선 승리의 디딤돌이 될 총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 갈래의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해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의 총선 사령관을 맡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지역구ㆍ비례대표 불출마 초읽기에 들어갔고, 야권의 ‘박근혜 대항마’로 급부상한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은 단기필마로 부산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또 새 정치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총선 관망후 여론을 조성한다는 장기 플랜에 돌입했다.
박 위원장은 누구보다 지역구에 대한 애착이 높은 정치인이지만, 지역구 출마 강행이 자칫 기득권 지키기로 비춰질 경우 공천 쇄신은 물론 총선 승리도 물건너간다는 우려감이 크다. 특히 박 위원장 스스로 비대위 출범 초기에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한 마당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렇다할 쇄신없이 총선을 맞게되면 내부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20석 확보조차 쉽지 않아 자연스레 대권의 꿈도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면서 “박 위원장이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총선 그 자체보다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과 박 위원장을 차례로 추월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문 이사장은 부산 사상구에서 사활을 건 도전을 하고 있다. 여당의 오랜 텃밭에서 승리할 경우 확실한 야권주자 카드로 부상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거품 인기가 사그러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 이사장에게 이번 총선은 대선의 예비전 성격이 짙다.
문재인 캠프 측 관계자는 “현재까지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역대 선거에서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만큼 결코 방심할 수 없다” 면서 “특히 여당이 문 이사장에 맞설 거물급 인사를 전략공천할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자연스레 큰 결심(대선 출마)을 하지 않겠냐” 며 “총선이 (대선으로 가는) 1차 관문”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정치 참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안 원장은 지난 6일 기부재단 설립 기자회견에서 정치 참여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안 원장은 이날 “우리 사회의 발전적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 지 계속 생각 중”이라며 “정치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지지율 추이를 감안할 때, 계속 애매모호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기회의 문’이 완전히 닫힐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그러나 정치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총선 불출마 입장은 거둬들이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에 직접 뛰어드는 부담을 감수하기보다는 총선이후 정치지형을 관망한 후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등에 업고 대선에 참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면서 “정치경험이 없는 안 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일 수 있지만, 지나친 몸사리기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춘병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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