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도움으로 견뎌낸 학창시절, 이젠 내가 나눌 차례”=이 학장은 오래전부터 어려운 형편에 놓인 학생들을 돕는 일에 힘써왔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운 형편 속에서 공부했던 학창 시절의 기억은 그를 나눔에 앞장서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마칠 수 있었어요. 대학도 겨우 야간대학에 입학해야했을 만큼 쉽지 않은 시간이었죠. 그래서 가난한 학생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보내며 ‘언젠가는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학장은 지역 주민들과 모임을 만들어 매년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한두명으로 시작한 작은 친목모임이었지만 현재는 회원이 40여명이며 그동안 모임에서 지급한 장학금으로 학업을 이어간 학생들도 80여명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무의탁아동시설에 매년 12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시간이 날 때면 직접 방문해 아이들을 격려한다. 그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최근 3년간 기부한 금액만 2000여만원이 넘는다.
1962년께 명지대학교 야간대학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던 이 학장은 그 곳에서 강석규 명예총장을 만났다. 형편이 어려웠던 이 학장은 지도교수였던 강 총장의 실험실에서 근무하며 장학금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이 학장이 교육가의 길을 걷게 한 계기가 됐다. 그는 “강 교수님의 근검절약 정신과 한 가지 일에 열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교육 경력 50년 동안 그분의 가르침을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누고 베풀줄 아는 인재 키우는 게 여생의 소망”= 이 학장은 제자들도 나눔과 기부 정신을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호서전문학교는 올해부터 졸업필수과목으로 학생들이 모두 자원봉사에 참여하도록 했다. 봉사 내용은 전공에 따라 다르다. 19개 전공 학생들이 각자의 능력이 필요한 곳에서 재능기부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외에도 매년 축제 때면 지역 주민과 학생회가 함께 바자회를 열어 이웃돕기 행사를 진행하고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을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기부하기도 한다.
그는 “우리 학교는 12년간 취업률 100%를 기록할 만큼 학생들의 능력과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나눔을 실천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을 지닌 따뜻한 인재가 돼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꾸준히 나눔고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재단을 설립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일이 여생의 소망이라는 이 학장. 그는 “내가 도움을 준 학생들이 훗날 더 큰 나눔의 씨앗을 뿌리길 바란다”며 “기부는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다. 상대방이 나로 인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웃어보였다.
<박수진 기자 @ssujin84>sjp10@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