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은 이제 대세로 굳어졌다. 정치권과 대학, 학생 등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나 대학과 정부가 분담하는 방식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다. 기여입학제나 기부금 활성화 방안이 없지 않으나 아직 사회적 공감대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의 초점은 대학과 정부가 떠안을 부담배분 원칙이다. 물론 대학 쪽 부담 몫이 크면 클수록 좋다. 사립대 쪽에선 정부 지원을 전제로 10% 정도 내릴 수 있다며 배수진을 쳤다.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대학 구조조정은 선결이다. 입학정원 감축, 통폐합, 인수ㆍ합병, 교수 및 교직원 제도 정비 등 대학 개혁과 부실 대학 정리는 발등의 불이다. 무엇보다 등록금만 받고 부실 졸업생을 배출, 고급 실업자를 양산하는 거품 대학들을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이들 대학에 더 이상 국민 혈세를 쏟아부을 수는 없다.
정부도 늦게나마 우수 대학이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집중하고 부실 대학들에 대해 퇴출 등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의지와 계획만으로는 안 된다.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실천이 따라야 한다. 국공립대 15% 정원 감축부터 구두선이 돼서는 안 된다. 오는 2016년이 되면 고교 졸업생 수보다 대학입학 정원이 더 많아진다. 대학 숫자와 입학정원을 획기적으로 줄여 진학률을 낮춰야 한다. 대학도 등록금을 낮추고 교육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학등록금 문제는 대학과 사회의 총체적 문제로 접근,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부담과 대학 숫자, 대학 경쟁력, 진학률, 현재와 미래의 대졸 인력의 적정 규모, 고학력자 일자리, 교육설비 인프라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실 대학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암적 존재다. 해당 대학 명단을 공개하고 당장 문을 닫게 해야 한다.
다만 경쟁력 있는 대학과 학생들에게는 교육설비와 학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고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은 경제 사회적 문제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대학을 나와야 취직이 쉽고 대접받는 사회구조 개편도 시급하다. 전 국민의 대학생화 구조부터 뜯어고쳐 대학을 안 나와도 취직할 수 있고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게 바로 정치와 행정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