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합의한 백두산 화산 학술토론회가 북한의 침묵으로 무산됐다.
정부는 대화공세를 펴 오던 북한이 최근 각종 남북간 현안에 대해 신중한 자세로 돌아섬에 따라 북한 내부 사정을 주시하면서 상황을 관망키로 했다. 당초 우리측은 지난달 말 백두산 학술토론회를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이나 평양에서 열자고 제의했었다. 그러나 북한이 끝내 이에 대해 답을 주지 않으면서 학술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앞서 북한은 9일 오후 판문전 연락사무소 마감통화에서 “11~13일 백두산 화산 학술토론회와 관련해 전할 사항이 없느냐”는 우리측 질문에 “전할사항이 없다”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백두산 화산 학술토론회는 당초 북한이 먼저 제의했던 것인 만큼 우리측에서 날짜를 연기해 북한에 학술회의 개최를 다시 제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백두산 화산 학술토론 뿐만 아니라 동해 표기와 관련해 남북 역사학자들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문제 역시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동해 표기 공동대처는 당초 지난달 말 북측이 우리측 동북아역사재단에 먼저 제의해온 것이지만 11일까지도 북측은 남북간접촉 방식이나 일정 등에 대해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방북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고, 남북 비핵화 회담이라는 중대한 결단을 앞둔 상황에서 민간중심의 비정치적 이슈들은 일단 뒤로 미뤄놓고 정세파악에 주력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유럽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한다면 내년 봄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할 수 있다”고 제의한 것도 북한 수뇌부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우리측도 당분간 정세변화를 주시하면서 상황을 관망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공은 북한에 넘어간 만큼, 당분간 국제정세와 북측의 반응을 지켜보는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