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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제 연기' 김태희 떠올리게 한 소설
우등생의 한계... 교육은 환경을 따뜻하게 하는 것

참으로 집요하다. ‘기록문학’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 될 것이다. 작가 이시카와 다쓰조는 이 책을 쓰기위해 자료조사만 하는데 8개월의 시간을 쏟았다. 이어 교육 관련 법률과 집회, 각 학교 선생님들을 현장에서 만났다. 가히 기자출신다운 준비작업이다.


<인간의 벽>(양철북.2011)의 줄기는 1937~59년까지 일본 교육계의 민주화 노력에 대한 보고이다. 이 당시 교조(교육조합)는 1980년대 우리나라의 전교조의 모습과 거의 같다. 갈등을 먼저 겪은 일본교육이 우리보다 20년 이상 앞서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또한,‘교육자’라는 껍질안에 숨겨져 있는 정치적 야욕을 가진 사람과, 인간적인 사랑도 보여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주제는 ‘참교육’에 대한 고민이다.


'우등생인 야마구치 요시에는 침착하고 신중하다. 배운 대로 따라가는 대신 더 발전하지 못한다. 글쓰기를 해도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2권 19쪽) 이 책에서 완벽한 우등생으로 나오는 요시에에 대한 설명이다.
이 부분에서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김태희였다.


‘김태희는 올백의 전교 1등인 학생이었다. 당연 한 번도 자기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녀도 연기자로서는 좌절했다. 감독이 원하는 그게 뭔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감독은, ‘앞에서는 야단치고 뒤에서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너무나 ‘교과서적’으로 열심히 연기하는 그녀가 안타깝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해서였다.'(2011.4.1. MBC 다큐 '태희의 재발견' 중)


교과서 속의 세상과 정작 아이들이 살아가야할 곳은 너무나 다르다는 게 교육의 한계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는 인물들은 감동스러웠다. ‘후미꼬’와 ‘시와다’선생님의 열정과 사랑은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자세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전쟁전의 지리는 단순한 암기 과목이었다.(중략) 현재의 지리는 아이들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깊다. 항구가 만들어지면 물자가 모인다. 물자가 모이기 때문에 철도도 깔린다. 석탄이 나오는 곳에는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가 형성된다. 평야지대를 관통하는 하구에는 반드시 농업이 발달한다. 그 속에서 생성된 사회라는 커다란 조직을 발견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야 할 미래와 그 방법을 생각해보게 된다.(2권 18쪽)


이 부분은 패전 이후 일본이 어떻게 경제강국이 되었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현실에 맞는 교육이 그들을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교육을 지향하는 개혁파와 군국주의 교육을 부활시키려는 정치세력의 싸움은 질기게 계속되었다. 정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선생님들에게 강제로 사직서를 받고, 사상을 트집잡아 밀어내려고 하는 행위를 한다. 이에 대해 당당하게 맞서는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교육의 민주화는 이루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1300 여 쪽에 걸쳐 누누이 문제점을 제시한 작가는 “아이들에게는 성장하려는 힘이 있어요. 주위를 따뜻하게 해 주면 꽃봉오리는 자기 힘으로 꽃을 피울 겁니다. 교육은 주위를 따뜻하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라고 부탁 겸 결론을 내린다.


이제야 비로소 아이가 꽃임을 알았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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