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어려움이 심각한 건설업계가 다소나마 숨통을 트게 됐다. 관련 부실 채권을 전담 처리할 10조원 규모의 배드뱅크를 설립, 사업성이 양호한 PF사업장에는 금융권이 자금을 계속 지원하기로 한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5대 금융지주사 회장에게 협조를 요청, 긍정적 답변을 받아냈다. 건설업계는 지금 최악의 상황이다. PF의 올해 만기분만 25조원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2/4분기 중에 갚아야 한다. 대량 연쇄부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당장 줄도산 위기를 면했을 뿐 사태의 근본 해결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PF 파동은 중소 건설사에 이어 최근 삼부토건 등 도급순위 30위권 안팎의 대형사까지 무너뜨릴 정도로 위력적이다. 물론 일차적 책임은 경기가 좋을 때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건설사에 있다. 그러나 금융권 책임도 없지 않다. 건설사 PF대출을 대형 자금수요처로 여기는 안이한 생각에 사업성을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경쟁적으로 돈을 내줘 부실을 더 키웠다. 그러다 경기가 나빠지자 금융권이 대출금을 무차별적으로 거둬들여 유례 없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무엇보다 건설업계는 금융권 지원에 앞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아직 착공하지 않은 신규 PF사업은 사업성을 다시 따져 승산이 없으면 과감히 접고, 미분양 부동산은 밑지더라도 싸게 팔아 빚을 조금이나마 줄여야 한다. 채권단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이자 감면 등의 직접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특히 채권단은 우량 회사의 흑자 도산을 막는 한편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잘 구별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정치권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PF 위기는 반값 아파트니, 보금자리주택이니 하면서 막연한 집값 하락 기대감을 부추긴 정치권 탓이 적지 않다. 또 분양가상한제 등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반시장적인 규제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 국회는 시한이 끝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복원을 서두르고, 정부는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와 기관, 전문가들로 특별팀을 꾸려 실효성 있는 중장기 정책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 건설업계가 모두 위기의 핵심을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