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 계속 가열…수소 발생
냉각 전력시스템 복구 관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재앙이 끊이지 않고 있다.
1, 3호기 수소 폭발사고에 이어 2호기 연료봉이 완전히 노출되는 사고가 터졌다. 방사성물질 다량 배출로 이어질 수 있는 ‘노심용해’가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발이 아닌 노심용해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원자로 폭발이 아닌 외벽 폭발로는 방사성물질 유출과 큰 연관이 없지만, 노심이 녹게 돼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배출되면 그때부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결국 고압을 견디며 냉각수를 주입할 수 있는 냉각 전력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으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대지진의 여파가 돌이킬 수 없는 원전사고로 확산될 것인가, 후쿠시마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수증기가 다량 배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로 폭발을 막기 위해 밸브를 열어주는데 이 과정에서 수증기 내 수소가 폭발한 것”이라며 “조금씩 빼낸다면 폭발까지 이어지지 않았겠지만, 상황이 긴급하다 보니 조절에 실패해 결국 외벽 폭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수증기를 배출했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폭발이다. 외벽만 폭발한 만큼 공포심을 주는 것 외에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수소가 방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장순홍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노심이 1200도로 가열되면 피복제와 수증기가 반응해 수소가 발생한다”며 “노심용해가 되려면 2200도가 돼야 하는데 현재 수소가 발생하고 있다는 건 노심이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수소 발생이 노심용해의 ‘전초(前哨)’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결국 노심이 녹게 되면 그때부터 세슘, 방사성요오드 등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원전을 지키는 핵심이 노심용해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심용해를 막으려면 냉각수가 끊임없이 공급돼야 하지만 전력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는 한 이 과정이 쉽지 않다. 원전은 강력한 펌프로 냉각수를 공급하는데, 현재 이 전력 시스템이 고장 나 강제로 냉각수, 바닷물을 주입 중이다.
하지만 원자로 내부 고압보다 더 강한 힘으로 냉각수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만만치 않다. 박 교수는 “현재 전력이 고장 나고 비상 디젤 발전기까지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바닷물이나 소방차를 동원한다고 해도 고압을 얼마나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냉각수 공급이 부족해 원자로 안의 물이 모두 증발하면 노심이 노출되고, 노출된 노심이 녹기 시작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