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갑작스럽게 감독직에서 물러난 선동열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얼굴엔 시원섭섭함이 고스란히 묻어 났다.
선 전 감독은 5일 경북 경산시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류중일 신임 감독 취임식에 참석,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면서도 “세대교체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그만뒀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 전 감독은 2005년 ‘스승’인 김응용 전 감독에 이어 삼성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는 등 재임 6년 동안 한국시리즈 2회 우승, 준우승 1회, 포스트시즌 5년 진출 등 ‘명장’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2009년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도 시즌 중 5년 재계약에 성공, 구단의 큰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SK에 4연패 당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선 전 감독은 자신의 퇴진 이유에 대해 “지난해 12월 중순 김응용 전 사장님과 김재하 전 단장님이 물러나는데 혼자 남아 죄책감이 들었다. 마음속으로 (나도) 물러나려 생각했다. 마침 이수빈 구단주를 뵀을 때 이런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후임 류중일 감독에 대해서는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7년간 류 감독을 보면서 충분히 감독을 이어받아도 되리라 생각해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류 감독이 삼성의 예전 화끈한 야구를 할 것이다”며 자신과는 다른 색깔의 야구를 예상했다.
선 전 감독은 “코치 1년과 감독 6년을 하면서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삼성에서 너무나 즐거웠고 행복했다. 감독에 오르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도 했다. 2009년에는 포스트시즌 진출 연속 햇수가 ‘12년’에서 끊겨 반성도 많이 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비록 졌지만 후회 없이 했다”고 자평했다.
재임 기간 아쉬움에 대해 선 전 감독은 “젊은 선수 위주로 세대교체를 하던 중이었다. 류 감독이 잘하시겠지만 팀을 세대 교체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그만뒀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수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 전 감독은 감독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을 ‘투수 교체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투수 출신이지만 정답이 없다”면서 “김응용 전 사장님이 내게 투수교체는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해주셨다. 류감독도 잘 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걸었다.
이어 “난 복이 많은 사람이다. 호남 사람으로서 영남에 와 7년을 지내면서 지역감정을 많이 해소했다고 자부한다. 일본에서 생활하던 것에 비하면 대구에서 생활은너무 편했다. 물론 안티팬도 계시지만 사랑해 주신 팬들도 많았고 너무 좋은 대우를 받고 떠난다”며 대구 삼성 팬들에게 감사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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