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버스터 모바일게임 '엔젤스톤' 2분기 CBT … 하드코어 장르 시장 선도 자신
1995년 대학교를 다니던 학생이 게임 회사에 입사한다. 말이 입사지 사실상 아르바이트와 같았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회사에 와서 일을 하다가 자고, 다시 학교에 가는 삶을 반복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행복했기 때문이다. 게임을 좋아했던 이 학생은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자신이 그린 그림이 게임에 녹아 들어가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었다. 20년 뒤 이 학생, 아니 개발자는 국내 게임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헬로 히어로'를 통해 모바일 미드코어 RPG라는 장르를 개척한다. 바로 핀콘 '유충길'대표 이야기다.
잘나가는 대기업 뛰쳐나와 벤처회사 설립
핀콘 유충길 대표는 지난 20년동안 '아크로드', 'R2', 'C9', '탄트라' 등 굵직한 타이틀을 개발해냈다. 사실상 그의 인생에는 딱히 굴곡이 없다. 당대 최고의 퍼블리셔였던 '하이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역시 당대 최고의 퍼블리셔였던 '한빛소프트', NHN, 웹젠까지. 대기업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를 맡아가며 이미 개발자로서 탄탄대로를 달린 인물이다. 그대로만 회사에 있었어도 먹고살 걱정은 전혀 없었던 그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9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신생회사 '핀콘'을 창업한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팀장급 개발자들과 의기투합해 뜬금없는 모바일게임 개발에 도전한다.
"어느날 보니 PC를 전혀 켜지 않게 되더라고요. 핸드폰으로 모든 일을 하다 보니 모바일게임이 중요해질 거라는 판단이 들었죠"
처녀작 '헬로 히어로' 전 세계 1,500만 다운로드 기록
평균 개발자 경력만 10년. 산전수전 다 겪은 개발팀을 데리고 저용량, 네트워크도 아직 확실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모바일게임을 개발했다. 그런데 이게 대박이 났다. 국내 서비스 6일만에 1위, 그리고 장기간 동안 차트 매출 상위권에서 자리잡으며 스테디셀러로 군림한다. 후발주자들에게 바통을 넘겨주기까지 모바일 RPG시장은 '헬로히어로'가 견인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가용 리소스가 작고, 보여줄 수 있는게 제한적이라 할지라도 근본적인 재미는 같습니다. 유저들이 원하는 수집의 재미, 성장의 재미 등과 같이 다양한 재미들은 여전히 보여줄 수 있는 거죠."
오히려 그의 생각은 단순 명확했다. 단지 플랫폼만 바뀌었을 뿐 20년동안 쌓아올린 노하우는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잘해왔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모바일에다 적용해 그것이 성공 원인이 됐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일본, 중국, 미국, 태국 등지에서 크게 흥행하며 세게적인 I.P로 거듭난다.
글로벌 1,500만 다운로드. 서비스 2년차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다.
RPG외길 20년,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
2년 여가 지난 지금. 그의 목표는 세계 최고다. 전 세계를 뒤흔들만한 최고의 RPG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다. 남들은 한 개도 힘들다던 대작 타이틀을 6개씩 만들어 낸 개발자 치고는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그의 기준은 상당히 엄격하다.
"웰메이드 게임, 하이엔드 게임을 개발하고 싶습니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개인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그가 지금까지 개발해온 게임들이 대부분 '대작'에 BEP(손익분기점)를 통과했고 쏠쏠한 매출을 거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수준의 목표는 아닌 듯하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세계 최고의 모바일 RPG개발사가 꿈입니다"라고 말한다.
20년동안 RPG를 개발했지만 앞으로도 RPG를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20년 동안 한 장르를 개발하면 어느 정도 벽에 부딪힌다고 하는 개발자들도 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발언이다. 특히 캐주얼 게임들이 대세인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이런 판단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질문은 무척 길었지만 그는 단 한마디로 답했다.
"20년동안 짜장면을 만든 주방장이 어느날 갑자기 일식을 한다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심혈 기울인 차기작, 블록버스터 모바일게임 '엔젤스톤'
그의 개발은 지금도 '도전'이다. 새로운 모멘텀을 찾고, 새로운 시장을 찾고,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 게임을 개발한다. 이번에도 그는 과감히 시장에 도전한다.
"그간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작 '엔젤스톤'을 개발했습니다. 하드코어 모바일게임 분야에 도전해 많은 유저분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유충길 대표의 다음 무기는 '엔젤스톤'이라는 모바일 액션MMORPG다. 여러명이 함께 팀을 이뤄 던전을 공략하는 형태의 액션 MMORPG를 모바일에 녹여 냈다. 화면을 터치(클릭)해 캐릭터를 움직이고 스킬을 쓰는 방식으로 마치 정통 온라인 MMORPG를 모바일에서 즐기는 것 같은 설정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PC와 모바일이 함께 연동 가능하도록 개발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것도 이 게임의 강점이다.
"켜 놓고 보기만 하는 모바일게임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 전투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들이 줄어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를 모바일에서 구현하면 좋아하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개발하게 됐습니다."
세계 최고를 노린다는 그의 말답게 게임은 하이엔드급 RPG를 지향한다. 개발팀만 25명이 1년 6개월동안 게임을 개발했다. 전작 '헬로 히어로'가 7개월만에 나온 작품임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로 '엔젤스톤'은 두배 이상 사이즈가 커진 셈이다.
전체 그래픽 퀄리티에서부터 캐릭터 액션성, 게임 플레이상의 재미 등에서 '최고'라 불릴 수 있도록 개발에 매진했고, 현재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미있는 게임을 향한 끝없는 도전
유충길 대표는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를 탐구하고 새로운 게임을 내놓기 위해 참신한 시도를 해 나갈 예정이다. 언제든 '먼저 깃발 꼽는(도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일례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상현실'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개발자들이 워낙 뛰어난 만큼 어떤 플랫폼이든, 어떤 형태든 가장 먼저 도전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뒤따라가는 게임'을 만들어서는 최고가 될 수 없고, 결국 목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엔젤스톤'의 트레일러를 만들기 위해서 세계에서 가장 영상을 잘만든다는 기업 '블러'('아바타', '헤일로' 등의 영상을 제작)와 협업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들도 모바일게임 분야 영상에 처음 도전하는 만큼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처음부터 끝가지 작업을 해 나가는 장면을 보고 '장인정신'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저희도 '장인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미 RPG장르 베테랑이고, 앞으로는 이 분야 최고 장인이 될 유충길 대표와 그의 개발팀이 만들어낸 신작 '엔젤스톤'은 오는 4월경 CBT에 돌입할 예정이다. 과연 그가 만들어낼 새로운 세상은 어떤 것이 될까.
적어도 RPG 유저들은 한동안은 심심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상반기 최고 다크호스 '엔젤 스톤'과 앞으로 핀콘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 본다.
안일범 기자 ga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