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 16일 침몰사고 당시 세월호에서 내려진 구명벌(구명뗏목)은 겨우 2개에 불과했으며, 이 마저도 선원들이 아닌 해양경찰이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충분한 수의 구명벌이 있는데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도 구명장비를 모두 투하하라고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이 구명벌에 전혀 눈길도 주지 않은 것이 구명벌의 이상을 미리 알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진제공=해양경찰청] |
목포해양경찰서 관계자는 23일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소속 배는 목포 123정(100t급)이며 침몰하는 세월호 바로 옆에 배를 붙이고 10여명을 구출했다”며 “사람들을 구출하면서 배에 탑승해 급한대로 구명벌 2개를 내렸지만 이것이 작동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세월호에 달려 있던 구명벌은 총 46개였지만 결국 선원들이 내린 구명벌은 단 한개도 없었던 것이다.
선원들은 이에 대해 “배가 너무 기울어서 도저히 구명벌 쪽으로 갈 수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선원들이 탈출하는 바로 옆에도 14개나 되는 구명벌이 있었으며, 선원들이 탈출하면서 같이 배에 오른 해양경찰이 구명벌 두개를 내린 것으로 봐선 접근이 불가능했다는 말도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진도 VTS에서 구명벌 및 구명장비를 모두 투하하라고 여러차례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교신한 세월호 1등항해사가 “구조할 배는 언제 오느냐”고만 되풀이 한 부분도 의문이다.
구명벌이 펴지면 승객들이 구명벌로 올라타게 되고 이 경우 저체온증 및 익사의 위험을 막을 수 있으며 기본적인 식수 및 식량도 비치돼 있어 구조할 배가 다가온 뒤 탈출해야 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가장 가까이 있던 유조선 DOOLA ACE호는 고작 2.1마일(약 3.38㎞)뒤에 있었다.
선원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구명벌을 펴지 않고 굳이 해경 경비정이 올때까지 기다려 탈출했다는 점에서, 혹시 이들이 구명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고 있는 것이다.
구명벌은 평소 수납통속에 들어 있다가 비상시가 되면 안전핀을 뽑고 바다쪽으로 투하하는 식이다. 이 경우 배와 연결된 약 3m정도의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구명벌을 작동시켜 부풀어 오르게 된다. 배가 물에 가라앉을 경우 수심 3m이하에 내려가면 핀이 수압에 의해 뽑히며 구명벌이 떠오르게 되며, 이 힘으로 배와 연결된 줄이 당겨지면서 구명벌이 작동한다. 따라서 수심 10m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아 버린 세월호에 있는 구명벌들이 아직도 작동해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구명벌 이상설을 뒷받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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