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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엔니오 모리꼬네를 추모하는 방식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영화 음악의 거장’ 故 엔니오 모리꼬네의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SBS는 지난 10일 그의 2007년 첫 내한 공연 실황을 방송했다. 고인은 한국 관객들이 자신의 음악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인의 수준높음을 언급했다. CJ CGV는 16일부터 ‘시네마 천국’ 등 고인이 음악을 만든 대표작품 5편을 만나보는 특별 기획전을 연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1955년 영화 음악을 시작한 후 500여 편에 육박하는 곡을 작곡했다. 비(非)미국인으로서는 미국영화음악을 가장 많이 만들었다.

고인은 ‘미션‘ ‘언터쳐블’ ‘러브 어페어’ 등의 명작을 남겼지만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등 마카로니(스파게티) 웨스턴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황야의 무법자’의 휘파람 소리와 앵앵거리는 사운드는 그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지금도 간혹 TV 다큐물에서 애리조나나 텍사스 교외가 나오면 조건반사처럼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유행했던 서부영화는 존 포드 감독의 ‘역마차’(1939) 등 정통서부극과 엔니오 모리꼬네가 활약했던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나눠진다. 정통서부극은 백인이 권선징악의 주체자다. 문명-야만, 선-악 구분이 확실하다. 항상 백인이 어려움에 처한 마을을 구해준다. 여기에는 존 웨인, 그레고리 펙, 게리 쿠퍼가 등장했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선악이 불분명하고, 잔인하기도 하며 인디언을 나쁘게 그리지 않는다. 주로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시거를 물고 등장한다. 마카로니웨스턴은 수정주의 서부영화를 대표했다.

이탈리아인 엔니오는 할리우드 영화 음악인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색깔과 정체성을 잘 지켰다. 이 점이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아카데미 시상식과는 인연이 늦어진 이유로도 보인다.

고인은 2016년 88세의 나이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더 헤이트풀8’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86년 영화 ‘미션’의 주제곡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만들었을때 이미 받았어야 했다. 이 음악은 세라 브라이트먼이 부른 ‘넬라 판타지아’의 원곡이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공부할때 모델로 참고했다는 이탈리아 이민계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64세가 됐어야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을 수 있었다.

여기서 굳이 서구 세계가 동양을 신비 아니면 야만으로 본다는 탈식민주의 이론의 거장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인용할 필요는 없다. 우리도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이라는 글로벌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의 문화적 편견과는 결을 달리하는 문화 콘텐츠도 다양성면에서 중요하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들은 그런 점에서도 평가받아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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