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시점이 관건…공소시효ㆍ친고죄 폐지 기준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미투(Me Too) 운동이 법조계에 이어 문화계로 확산하면서 경찰 내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정식 수사와 함께 형사 처벌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성폭력 의혹에 휩싸인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하용부(63) 밀양연극촌 촌장 등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에게 접촉을 시도 중이다.
충북경찰청도 성추행 피해 증언이 잇따라 나온 배우 겸 전 대학교수 조민기(52) 씨의 청주대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대학 측에 성추행 진상 조사한 내용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관련 고소ㆍ고발은 아직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게시글이나 SNS 글 등 자료를 검토하고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나오면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성폭력 사건 대부분이 권력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나 간음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만약 피해자들의 거부 의사 표시를 했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면 성폭행이나 강제추행이 인정돼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도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두 혐의의 처벌 강도는 다르다.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반면, 위력에 의한 추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하다. 강간죄도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내사가 수사로 전환돼도 형사 처벌 가능성은 사건마다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적용 혐의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벌어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한 뒤 6개월 이내 신고하고 처벌 의사를 밝혀야 처벌이 가능했지만 지난 2016년 6월 이후 성폭력 사건의 친고죄가 폐지돼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이 없더라도 가해자의 기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친고죄 폐지 이전에 발생한 사건의 경우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여전히 친고죄를 적용 받는다.
이윤택 사건 피해자들의 경우 대부분 2001~2010년에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당시는 형소법 개정 전이라 강간 공소시효도 7년으로 적용된다.
반면 조민기 씨의 성추행 사건 경우 대부분 최근에 벌어진 일이어서 공소시효 문제는 크게 없을 전망이다. 피해자들이 발생한 시점은 모두 조 씨가 청주대에 부임한 시점이 2010년 이후다. 피해자 대부분 2009~2013년 입학한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다. 2007년 말에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강간ㆍ강제추행의 경우 10년이며 특수강간 15년, 특수강도강간은 25년이다.
한편 이윤택 사건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배우 김지현은 이미 이 씨를 상대로 고소를 준비하고 있고, 최초 폭로자인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 등 다른 피해자들 역시 공소시효가 남은 피해자들과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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