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리카싱, 2000억원 대규모 불사로 후계안정 기원(?)
- 삼성ㆍSKㆍ동국제강 일가 등 불자 재벌 수십∼수백억원 헌납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부처의 가르침을 믿는 불교도를 흔히 ‘불자(佛者)’라고 합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4억8700만명이 불자입니다. 지구촌 4대 종교 가운데 하나입니다.
많은 이가 선택한 주요 종교인 만큼, 불자 부호도 상당합니다. 부자라고 해서 불교를 믿는 이유가 여느 신도와 크게 다른 것은 아닙니다. 가족ㆍ사업의 번창과 마음 속 평화를 위해 ‘부처님 말씀’에 기대는 것이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승리 기원 기도에 힘 쓴 태국 승려 [출처=엔라8] |
다만 남보다 재력이 상당하다 보니 그들의 종교사랑은 스케일(?)이 큰 편입니다. 어떤 부자는 ‘불교의 힘으로 누구도 상상 못한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론 여기엔 불교 왕실에 꾸준히 공을 들인 게 한몫 했다는 분석입니다. 사찰을 짓거나 종교관련 재단을 세우는 데 거액을 쏟아부은 이도 있습니다.
▶기부한 만큼 받았다?=최근 세계인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불자 부호가 있습니다. 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서 우승한 레스터시티의 구단주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Vichai Srivaddhanaprabhaㆍ58) 회장입니다.
개인자산 3조6400억원(31억달러)을 지닌 그의 국적은 태국입니다. 불교국가 출신 부호가 불자인 건 어찌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비차이가 우승 확률 1%도 안 되는 축구단의 선전을 기원하고자 자국 승려들까지 동원했단 사실도 많이 알려졌죠.
하지만 비차이가 단순히 ‘태국인 구단주’라서 승려들이 머나먼 영국까지 날아와 레스터시티의 승리를 빌었을까요. 아닙니다. 그간 쌓아온 게 있었습니다. 바로 자국 불교계 주류, 즉 ‘왕실’과의 긴밀한 교감입니다.
레스터시티 우승을 기뻐하는 구단주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 킹파워 회장(왼쪽)과 그의 아들 아야왓 스리바다나프라바(오른쪽). 이들 뒷편 누군가가 태국 푸미폰 국왕 사진을 들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
1989년 면세업체 ‘킹 파워’를 세운 소규모 사업가 비차이는 1990년대부터 2000년에 걸쳐 꾸준히 태국 왕실과 기부사업을 벌였습니다. 아울러 총리 등 정ㆍ관계 인사와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비차이가 2006년 자신의 ‘작품’으로 여긴 수완나품 국제공항서 개장 직후부터 독점 면세사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태국서 왕실의 지지는 곧 국민의 성원입니다. 비차이가 이후 ‘민주화시위’ 파고까지 넘기며 부호 지위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이죠.
또 이같은 지지는 태국 승려와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레스터시티를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동력이 됐습니다.
리카싱 홍콩 CKH홀딩스 회장 |
공 들인 대가로 ‘보상’ 을 얻었다고 평가받는 부자는 홍콩에도 있습니다. 리카싱(李嘉誠ㆍ88)CKH홀딩스 회장입니다. 2013년 8월 그는 현지 사찰 즈산스(慈山寺) 건립에 2100억여원을 내놨습니다.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이 절은 4만6452㎡(1만4076평) 부지에 자리했습니다. 도량을 굽어보는 청동관음상은 76m로 세계 2위 높이라고 합니다.
리카싱 지원으로 건립한 사찰 즈산스[출처=유튜브] |
대규모 불사에 돈을 쏟았기 때문일까요. 90세를 앞둔 리 회장은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며 경영에 적극적입니다. 개인자산도 280억달러로 비교적 건재합니다. 두 아들로 이어지는 승계작업도 사실상 마무리해 홍콩 재벌 중 ‘오너 리스크’가 가장 적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재벌가의 ‘불교 바라기’=국내에도 불자 재벌들이 거액을 기부했습니다. 정확히 파악된 규모만 따져도 상당합니다.
대표적인 게 삼성가(家)입니다. 상장사 주식자산만 11조6170억원(9일 기준)을 쥔 이건희(75) 삼성전자 회장은 원불교 신자입니다. 중덕(重德)이란 법명을 받은 그는 과거 “아끼지 말고 베풀어라”ㆍ“한 번 맺은 인연은 소중하다” 등 법명에 걸맞은 실천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그의 부인 홍라희(72)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도 불자입니다. 그는 지난 2011년 남편과 함께 원불교 해외 포교를 위해 여러차례에 걸쳐 120억원을 내놔 주목 받기도 했죠. 홍 관장 동생이자 주식자산 4100억여원을 가진 홍석현(68) 중앙일보 회장도 ‘석원’이란 법명을 받은 원불교도입니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수사대상 중 한 곳인 SK케미칼 최창원(53) 부회장은 불교의 마음수련을 거의 매일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용타스님(현 행복마을 이사장)의 ‘동사섭’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현재 개인자산 4300억여원을 쥔 그는 경남 함양군 소재 동사섭 문화센터 건립에 기금 30억 원을 출연했죠. 2012년엔 SK건설 빌딩에 동사섭 서울센터도 세웠습니다.
고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 [출처=동국제강] |
불교관련 재단을 세운 부호도 있습니다. 1975년 대한불교진흥원을 세운 고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입니다. 얼마 전 별세한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이 초대이사장을 지냈던 이 재단에 장 창업주는 당시 사재 30억6000여만원, 현재 가치 308억원에 해당하는 돈을 내놨습니다. 이 때 그는 모든 재산을 “부처님 은혜를 갚는 데 쓰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창업주의 ‘부처님 사랑’이 40여년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진 의문입니다. 손자 장세주(63)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해 11월 배임수재ㆍ횡령ㆍ재산은닉 등 혐의로 징역 3년6월ㆍ벌금 1000만원, 추징금 5억10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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