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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비토] 당신도 혹시 거북이 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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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오픈 챔피언 브라이언 하먼. 하먼은 열 번 이상 왜글을 하고 어드레스 뒤 임팩트까지 30초 이상의 시간을 끌어 갤러리들의 야유를 받았다. [사진=R&A]


골퍼들이 가장 싫어하는 동반자는 초보가 아니라 슬로우 플레이어다. 거북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을 절대 거북이로 생각하지 않는 것에 있다. 단지 남보다 조금 더 신중하게 골프를 친다고 주장한다. 이런 무식하고 분별없는 언행은 동반자를 잃고 골프를 황폐하게 만든다. 골프는 4시간 30분 정도에 끝나야 하는데 6시간이 걸리면 고통만 남는다.

며칠 전 끝난 151회 디 오픈은 브라이언 하먼이 6타차로 우승했다. 하먼의 우승은 퍼팅이 결정적이었는데 3미터 미만의 59개 중 58개를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갤러리들의 엄청난 야유도 받아야 했다. 하먼은 열 번 이상 왜글을 하고 어드레스 뒤 임팩트까지 30초 이상의 시간을 끌었다. 야유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늑장 플레이 때문이다.

투어에서의 1라운드는 친선 골프의 4라운드에 가깝게 체력소모가 된다. 압박과 스트레스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플레이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가끔 친한 친구에게 “나 거북이야?”라고 물어보자. 직언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시대지만 “맞아. 너는 거북 중에서 상급이야”라는 감동적인 답변을 들을지도 모른다.

골프 룰은 수많은 조항과 해석으로 이뤄졌지만 가장 첫 줄에 놓이는 것이 에티켓이다. “플레이의 속도” “다른 플레이어에 대한 예의” “안전의 확인” 이런 것들이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왜 골프가 매너와 예절의 스포츠인지 가르쳐준다. 에티켓이란 동반자에 대한 배려로 함축되는데 그 배려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플레이의 속도다.

골프에는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게 있고, 후천적으로 터득하는 게 있다. 보통 힘과 스피드는 타고나며 공을 다루는 기술은 후천적 연마를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매너와 에티켓, 플레이의 속도 등은 잘 배우고 익히면 금방 좋아진다. 골프에서 속인 사람은 인생에서 반드시 남을 속인다는 격언처럼 룰을 지키면 어디서든 환영받지만 룰을 어기면 모두에게 경원 된다.

플레이를 빠르게 하면 장점이 많아지는데 우선 스코어가 좋아진다. 믿기지 않겠지만 플레이를 빨리할수록 더 좋은 스윙을 할 수 있다. 부정적인 생각이 생길 틈이 없기 때문이다. 연습장에서는 기술을 익히고 실전에 가면 본능으로 플레이해야 좋은 성적을 낸다. 거북이 플레이는 자신이 가진 야수의 본능을 느림을 통해 없애버린다.

투어에서는 첫 샷을 하는 선수에게 40초를 주고 10초의 추가시간을 준 후 다음부터는 40초에 샷을 할 것을 권장한다. 어기면 첫 번째는 경고, 두 번째는 1벌타, 세 번째는 2벌타가 주어진다. 경기 중 파 3홀과 파 4홀에서 한 홀이 비어 있어도 지연 플레이다. 그린에서는 60초의 시간을 주고 볼을 찾는 시간도 3분으로 단축되었다. 아래는 몇 가지로 분류한 슬로우 플레이 예방법이다.

■ 시비와 다툼을 만들지 말자.
라운드 중 생기는 시비와 다툼이 가장 오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 이것은 캐디의 노력이나 진행방법, 그 어떤 것으로도 만회가 불가능하다. 골프가 다른 스포츠와 차별되는 것이 에티켓 때문이란 것을 잊지 말자.

■ 지나친 연습스윙은 금물.
연습스윙은 한 번이나 두 번으로 끝내고 자신의 차례가 오면 바로 샷을 한다. 여러 번 연습스윙을 한다고 더 좋은 스윙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긴장과 두려움이 자신의 몸을 잠식해 최악의 샷이 나올 수 있다.

■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준비한다.
계속 멍 때리고 있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장갑 끼고, 공 꺼내고, 티 꺼내고, 연습스윙 10번 하면 정말 우울해진다. 충분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가 자신의 차례가 되면 신속하게 샷을 한다.

■ 거리에 맞춰 사용할 클럽을 몇 개 가져간다.
여러 번 연습스윙을 하다가 카트에서 100미터 떨어진 상황에서 “언니 3번 우드로 바꿔줘” 이렇게 소리치면 정신과에 가야 한다. 클럽 2~3개를 항상 들고 다니자.

■ 페어웨이에 있는 새로 생긴 나무 한 그루.
연습스윙 5번 하고 “언니 어딜 보고 쳐야 해”라고 묻고 다시 연습스윙 5번을 하고 난 후 페어웨이에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1분 이상 서 있다. 그리고 멀리 있는 캐디에게 거리가 얼마냐고 묻는다. 취미를 바꿔야 할 사람이다.

■ 그린에서의 플레이.
마크는 캐디가 아닌 선수가 해야 한다. 캐디에게 퍼팅 라인에 맞춰 놓아달라고 했으면 그대로 친다. 다시 공을 새로 놓고 라인 타령을 하면 성공확률도 떨어지고 동반자도 힘들다. 컨시드를 받으면 공을 바로 들고 홀 아웃을 해야 한다. 절대로 연습 퍼팅을 하지 않는다.

■ 잠정구를 위한 여분의 공을 가지고 다닌다.
자칫 주머니에 여분의 공을 가지고 다니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초보라면 동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정구를 칠 수 있는 볼 케이스를 따로 벨트에 차는 것도 좋다. 좋은 매너를 가진 골퍼로 기억될 것이다.

■ 휴대폰을 진동으로 하거나 라커에 두고 온다.
휴대폰은 생각보다 많은 지연 플레이를 가져온다. 골프 하면서 전화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큰 소리로 벨이 울리거나 오랜 시간 통화로 동반자를 지치게 하면 곤란하다.

기술은 시원치 않지만 매너는 최고인 골퍼가 되느냐 반대로 기술은 뛰어난데 매너는 형편없는 골퍼가 되느냐를 선택할 기로에 있다면 과연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필자는 무조건 전자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력은 시간이 가면 늘지만 에티켓은 시간이 간다고 좋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잘 맞으면 동반자 탓, 안 맞으면 내 탓이라는 골퍼, 동반자에 관대하고 자신에게 철저한 골퍼는 진심 멋지다.

“매일 아침 아프리카에선 가젤이 눈을 뜬다. 그는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 매일 아침 사자 또한 눈을 뜬다. 그 사자는 가장 느리게 달리는 가젤보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굶어 죽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 당신이 사자이건 가젤이건 상관없이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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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漁夫) 비토(Vito)라는 필명을 갖고 있는 김기호 프로는 현재 K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중인 현역 프로입니다. 또한 과거 골프스카이닷컴 시절부터 필명을 날려온 인기 칼럼니스트로 골프는 물론 인생과 관련된 통찰로 아름다운 글을 독자 여러분께 선사할 것입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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