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합작한 커트 기타야마(오른쪽)와 캐디 팀 터커. [사진=PGA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지난 6일 끝난 아놀드 마머 인비테이셔널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도 우승한 커트 기타야마(미국)의 스토리가 화제다. 브라이슨 디셈보(미국)를 먼저 해고한 베테랑 캐디가 그의 우승을 도왔기 때문이다.
기타야마는 4년 간 함께 한 캐디 브라이언 마틴을 해고한 뒤 새 캐디를 만나 이번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새 캐디는 디셈보와 8승을 합작한 베테랑 캐디 팀 터커였다.
기타야마가 캐디 마틴과 결별한 계기는 지난 달 열린 AT&T 페블비치 프로암이었다. 당시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기타야마는 우승 기회가 있었으나 클럽을 잘못 건네준 캐디의 실수로 인해 더블보기를 범했다. 결국 4오버파 76타를 쳐 공동 29위로 대회를 마친 기타야마는 벽을 주먹으로 치거나 골프백을 걷어차는 대신 4년간 함께 한 캐디를 해고했다.
새 캐디를 찾아야 했던 기타야마는 PGA투어에서 캐디로 활동중인 친형 대니 기타야마의 소개로 터커를 알게 됐다. 둘은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대회장인 TPC 스코츠데일에서 우연히 만났고 함께 일하기로 의기투합했다. 터커는 당시 자신이 디자인한 볼 마커를 홍보하기 위해 대회장을 찾았다 새 일자리를 얻었다.
터커는 지난 2021년 7월 로켓 모기지 클래식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디셈보를 해고해 화제가 됐다. 캐디가 선수를 해고한 게 터커가 처음은 아니지만 자신의 밥줄인 선수를 먼저 날린 단호함이 놀라웠다. 터커 본인도 정신적인 후유증이 있었는지 디셈보와 결별한 뒤 캐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다 지난 달부터 다시 기타야마의 백을 매기 시작했다.
터커의 대쪽같은 성격은 기타야마의 우승에 영향을 끼쳤다. 1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기타야마는 8번 홀까지 3타를 줄이며 선두를 지켰으나 9번 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트리플 보기를 범해 우승 경쟁에서 밀리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추격자들의 면면이 너무 대단했다. 로리 매킬로이와 스코티 셰플러, 조던 스피스 등 투어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들이 추격에 나서 16번 홀에서 공동 선두만 기타야마를 포함해 5명이었다. 그러나 기타야마는 17번 홀에서 결정적인 버디를 낚은 뒤 18번 홀(파4)에서 파를 잘 지켜 매킬로이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기탸야마는 대회 기간 내내 드라이버 정확도에서 공동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티샷을 당겨쳐 OB를 내는 바람에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이 때 캐디 터커는 “한번의 나쁜 스윙이 있었을 뿐 기회는 아직 있다. 넌 여전히 괜찮아 보여”라며 기타야마의 멘털을 잡아줬다. 터커는 한 발 더 나아가 2년 전 디셈보와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합작한 경험을 토대로 코스 공략을 효과적으로 가이드했다. 기타야마는 “터커의 격려에 편안함을 느꼈고 갑자기 달라진 상황에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며 “이런 말들이 우승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캐디의 능력과 역할은 다양하다. 어떤 캐디는 단순히 골프백을 운반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캐디는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를 위너스 서클로 인도하기도 한다. 코스 안에서 합법적으로 선수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캐디다. 베테랑의 노하우를 보여준 터커가 기타야마가 받은 우승상금 360만 달러(약 46억 7500만원)의 10%인 36만 달러(약 4억 6700만원)를 보너스를 받은 게 전혀 과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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