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고진영. [사진=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근양 기자] 고진영(28)이 정확히 일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손목 부상으로 바닥까지 맛본 고진영은 ‘눈물젖은 빵’을 먹고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의 자리로 돌아왔다. 부모님 앞에서 흘리던 눈물은 어느덧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더욱 단단해진 고진영의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5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최종라운드. 2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고진영은 한번도 공동 선두를 허용하지 않고 마지막 홀까지 선두를 지켰다. 버디 4개에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친 고진영은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2위 넬리 코다(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다음은 고진영과의 일문일답.
-타이틀 방어를 축하한다. 우승 소감은?
한 주가 너무 길었다. 작년에 우승한 후에 우승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똑같은 시기에 우승을 했지만 '내가 또 우승을 할 수 있겠다'라는 자만심보다 '이 대회 우승하기 전처럼 정말 열심해 해야 우승할 수 있구나'라고 했던 마음가짐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오래 걸렸다면 오래 걸렸고, 짧다면 짧았지만 그 기간 동안 두 단계는 더 성장한 것 같다. 앞으로 이 우승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8번 홀에서 흘린 눈물은 어떤 의미였나?
모르겠다.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다. 프로 데뷔후 첫 우승했을 때 났던 눈물처럼 뭔가 굉장히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오늘 결정적인 한 방이 있었나?
파 5홀인 13번 홀이었던 것 같다. 티 샷이 살짝 왼쪽으로 갔는데 스탠스가 너무 안 좋았다. 그래서 세컨드 샷을 50m 정도 보내놓고 세번째 샷을 200m 정도 남겨놓고 쳤는데 거기에서 버디를 한 것이 가장 컸다.
-넬리 코다와는 오랜만에 경쟁을 펼쳤는데 어땠나?
항상 넬리와 칠 때는 긴장을 하게 된다. 워낙 거리도 많이 나고 여러가지로 잘 하는 선수다. 그런데 나는 내가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넬리도 잘 하지만, 열심히 했던 것으로 치면 내가 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초심을 잃지 않고 경기하면 올해 내가 세운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믿는다는 건 쉽지 않다. 오늘도 의심이 들었을텐데, 어떻게 끝까지 자신을 믿었나?
계속 스스로 생각했다. 그 누구보다 연습을 열심히 했고, 그 누구보다 흘린 땀과 눈물이 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중요한 우승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내가 LPGA투어에 와서 오늘까지 14번 우승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우승인 것 같다. 내가 작년에 성장하는 시간이 있음으로써 이 우승이 있고, 이 우승으로 인해서 남은 시즌에 대해서 어떻게 더 경기를 해야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메이저 대회들도 있지만, 뭔가 마음적으로 가장 치유받은 대회는 이 대회인 것 같다.
-홀가분한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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