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신지애(사진 35)가 일본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총상금 1억 2천만엔)에서 2타 차 선두에 오르며 프로통산 63승 기회를 잡았다.
신지애는 4일 일본 오키나와의 류큐 골프클럽(파72·6560야드)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경기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1개로 7언더파 65타를 쳐 중간 합계 9언더파 207타로 2위 우에노 나나코(일본)를 2타 차로 앞섰다. 신지애는 이로써 2021년 7월 다이토 겐타쿠 이헤야넷 레이디스 우승후 1년 8개월 만에 투어 통산 27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다.
신지애는 지난 해 팔꿈치 수술로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빙 데이인 이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핀까지 223야드를 남겨두고 3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을 핀 1.5m에 붙인 뒤 이글로 연결시키는 전성기의 컴퓨터 샷을 재현했다. 무승에 그친 지난 해 실망감 대신 계속 투어에서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이번 개막전의 선전으로 이어졌다.
신지애가 30대 중반의 나이에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은 것은 변함없는 골프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일본에서 함께 투어생활을 하던 88년생 동갑내기인 김하늘과 이나리가 은퇴했고 올해는 이보미가 은퇴하지만 신지애는 아랑곳하지 않고 개막전부터 우승 기회를 만들고 있다.
신지애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퇴한 친구들로부터 ‘내 힘을 너에게 선물하겠다’는 격려를 받았다”며 “내가 은퇴하지 않고 계속 골프를 하는 이유는 골프를 너무 좋아하니까”라고 말했다. 열정도 열정이지만 독실한 신앙심에 초심을 잃지 않는 훈련 자세와 자기 절제로 인해 신지애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거꾸로 흐르고 있다.
신지애는 지난 겨울 호주 멜버른에서 후배인 카나자와 시나와 함께 동계훈련을 착실히 했다. 부상으로 우승이 없던 시간을 메우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었다. 결실은 바로 찾아왔다. 훈련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2월 출전한 호주여자프로골프(WPGA) 투어 빅 오픈에서 6타 차 우승을 거뒀다. 신지애의 우승 스토리는 미국의 주요 골프 언론에서 다룰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신지애가 JLPGA투어에서 최종라운드를 챔피언 조로 시작하는 것은 65번째다.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 10번째 출전했는데 아직 우승은 없고 톱10에는 7번 들었다. 이번에 우승한다면 신지애는 JLPGA투어 영구 시드 획득에 3승 차로 다가서게 된다. 동갑 친구들이 걷지 못한 역사 속으로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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