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가 내년부터 컷오프없는 특급 대회 8개를 만들기로 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내년부터 총상금 2000만 달러(약 263억원)가 걸린 특급 대회중 컷오프가 없는 대회를 8개나 만들기로 했다.
PGA 투어 정책위원회는 지난 2일(한국시간) 이를 승인했다. 노컷 대회는 엔트리가 70~78명으로 대폭 축소되며 36홀 컷오프없이 나흘간 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번 결정엔 TV 중계권 협상이나 타이틀 스폰서 영입에 도움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 따르지만 LIV골프를 견제하기 위한 당근책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노컷 대회의 출전 자격은 전년도 페덱스컵 랭킹 50걸, 세계랭킹 30걸, 투어 우승자 등에게 주어진다. 현재 랭킹대로라면 한국선수들중 이런 엘리트그룹에 포함될 선수는 임성재와 김주형, 김시우, 이경훈 정도다. 노컷 대회엔 스폰서 초청선수도 있다. 이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위한 배려와 특전으로 보인다.
PGA투어의 이번 결정은 그들이 비난했던 LIV골프와 비교할 때 출전선수의 숫자와 라운드 숫자를 늘린 것 외엔 본질은 비슷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을 받는 LIV 골프는 48명의 선수가 컷오프 없이 54홀 경기를 치른다.
PGA투어의 이번 결정으로 LIV 골프로 이적하는 엘리트 선수는 확실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비슷한 조건이면 ‘돈만 밝힌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굳이 LIV 골프로 옮길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이 PGA투어로 돌아갈 기회가 생기길 바랄 지도 모르겠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나 스코티 셰플러(미국) 등 엘리트 선수들은 환영 일색이다. 선수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컷오프다. 이번 주 우승자가 다음 주 컷오프되는 게 PGA투어의 냉엄한 현실이다. 어느 누구도 컷오프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스트레스가 제거된 대회는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LIV골프에서 입증됐다.
PGA투어의 선수 이사를 맡고 있는 매킬로이는 “자격을 갖추면 출전할 수 있는 만큼 공정성이 보장된다”며 “2, 3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누구나 나갈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가진 자의 여유다. 엘리트 그룹에 속한 선수들은 컷오프없는 편한 세상에서 착실히 상금과 페덱스컵 포인트, 세계랭킹 포인트를 축적해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결정으로 PGA투어엔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뛰어넘을 수 없는 신분의 차이가 생길 지도 모르겠다. 엘리트 그룹에 속하지 못한 선수들은 작은 상금 규모에 피말리는 컷오프 속에 B급 대회를 전전할 가능성이 크다. 남은 시즌 PGA투어에서 신분 상승을 위한 치열한 전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단순히 한 대회의 컷오프가 아니라 골프인생의 컷오프가 결정되는 '피말리는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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