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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윤이나는 왜 모럴 해저드에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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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KLPGA투어의 흥행카드로 돌풍을 일으키던 윤이나(19)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 달 열린 DB그룹 한국여자오픈 도중 오구 플레이로 룰을 위반한 사실을 한달간 감추고 있다가 들통이 났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윤이나는 골프선수로서 생명인 양심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이 보도된 후 골프계엔 다양한 얘기들이 돌고 있다. 캐디가 두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는 설(說)이 있고 현장에 있던 코치가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설(說)도 있다. 윤이나는 너무 어리고 창창한 미래가 있다는 동정론도 있다. 일각에선 이를 바탕으로 이미 KLPGA 상벌위원회에서 캐디나 코치에게 책임을 물어 윤이나에게 가벼운 처벌을 내릴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윤이나 본인에게 있다. 사과문에서 밝힌 대로 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윤이나는 문제가 된 15번 홀에서 러프 속의 버려진 볼을 자신의 볼로 착각하고 플레이했다. 하지만 그린에서 공을 확인한 뒤 경기위원을 불렀어야 했다. 그랬다면 선수생명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는 불행은 피했을 것이다.

최근 룰 위반으로 문제가 된 선수는 윤이나 뿐 아니다. 지난 3일 끝난 코리안투어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 초청선수로 출전했던 정 모 선수는 2라운드 도중 알까기를 하다 동반 플레이어의 캐디에게 발각됐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지난 주 상벌위원회를 열고 자격정지 5년에 벌금 5천 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왜 한국의 남녀 프로골퍼들은 도덕적 해이에 빠졌나? 골프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원인이 있다. 성적 지상주의다. 성적에 대한 집착이 강한 부모를 둔 아이들일수록 경기도중 부정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정설이다. 윤이나의 경우 성적에 따른 이해관계가 있는 캐디와 코치가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담합을 통해 부정행위를 한달이나 은폐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골프 대디들은 아이를 제2, 제3의 박세리, 최경주로 만들기 위해 재산이든 정성이든 모든 걸 ‘올인’한다. 원하던 성적이 안 나오면 절박한 마음에 매를 들게 된다. 맞아야 성적이 나온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골프 대디들에게 면죄부가 된다. 하지만 이런 공포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주니어 선수 때부터 맞지 않기 위해 알을 까고 스코어를 조작한다.

이런 풍토에서 성장한 아이들중 일부는 프로가 되서도 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심지어 룰을 위반하고 경쟁자를 속이는 것에 대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윤이나도 마찬가지 케이스다. 룰 위반 사실을 숨긴 한달간 별다른 양심의 가첵을 느끼지 않았기에 버젓이 우승까지 하지 않았을까? 골프팬들이 윤이나 사태에 분노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정규 투어든 2,3부 투어든 한국의 남녀 프로골프투어에서 부정행위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게 협회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윤이나 사태에 관련된 캐디와 코치 모두 KPGA 프로들이란 점에서 불감증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나 공범 격인 이들 세 사람이 한달간 버젓이 세상을 속인 점은 용서받기 어렵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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