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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만화경] 시무식을 ‘전원 코로나 검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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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탁구전용체육관에서 인삼공사 선수들(앞쪽)과 대한항공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KGC인삼공사 탁구단]


코로나가 세상을 집어삼킨 지도 1년이 넘었다. 사람이 모이는 속성을 가진 스포츠도 2020 도쿄올림픽 연기, 프로스포츠 무관중 경기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된 탁구의 경우, 2020년 한국에서 열린 공식 탁구대회는 중고대회, 딱 1개밖에 없었다. 초등학교나 실업선수들은 1년 내내 공식경기를 한 번도 치르지 못한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 3차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2021년에도 언제 대회가 열리게 될지 누구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선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대부분 실업선수들은 짧은 연말연시 휴가를 마친 후 지난 4일 훈련에 돌입했다. 그런데 ‘전원 코로나19 검사’를 시무식을 대체한 탁구실업팀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대한항공탁구단(여자)과 인삼공사탁구단(남자)이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탁구전용체육관을 함께 사용하는 두 팀은 지난 4일 시무식 및 연습개시 대신 '전원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다. 선수단 전원이 팀을 떠나 연말연초를 가족 등 외부인과 접촉한 까닭에 ‘확실한 방역’으로 새해를 시작하자는 취지였다.

강문수 감독, 김경아 코치, 신유빈, 강다연(이상 선수) 등 대한항공의 선수단 12명에, 최현진 감독, 한지민 코치, 임종훈, 박정우(이상 선수) 등 인삼공사 6명이 전원 참가했다. 여기에 두 팀의 운전기사, 조리사 등 스태프까지 포함하면 30명에 달한다. 대한항공 측은 가까운 검안역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를 개별적으로 방문했고, 인삼공사는 김포의 드라이브인 진료소를 택했다. 시무식을 코로나 검사로 대체한 두 실업탁구팀은 5일 오전 판정결과가 나올 때까지 숙소에서 격리생활을 했고, 다행히 전원 음성판정이 나오자 이날 오후부터 새해 첫 훈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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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강다연이 4일 오전 인천 검안역에 위치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의 강문수 감독(69)은 “2020년은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예정돼 있던 대회가 코앞에서 취소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의 본분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본분에 충실하자는 차원에서 선수단 전원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레전드 탁구 지도자’로 현역 중 최연장자인 강 감독은 “솔직히 내가 고위험군이라 혹시나 하며 긴장도 됐다. 전원 음성판정이 나와 새해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탁구 실업지도자 중 최연소인 최현진 감독(42)은 “우리 회사(인삼공사)는 코로나 방역에 아주 철저하다. 코로나 발생 이후 지금까지 마스크를 부족하지 않게 제공하고, 숙소의 경우 전문방역업체가 2주에 한 번씩 소독하고 있다. 한 훈련장을 두 팀이 함께 쓰는 까닭에 외부인사 차단 등 방역을 충실히 해왔는데, 이번에 대한항공의 제안으로 전원 코로나 검사를 받게 돼 흐뭇하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인증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그래도 되는지를 몰라 하지 않았다. 빠르고 안전한 검사절차에 왜 한국이 코로나 방역에서 세계 최고로 칭찬을 받는지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계에 대한 도전, 위기극복, 공정성, 페어플레이.... 스포츠에는 좋은 가치가 많다. 코로나 방역에서도 스포츠가 모범이 됐으면 한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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