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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만화경] 한 지방탁구장의 코로나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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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관장(오른쪽)과 보람할렐루야 탁구단의 오광헌 감독.


운동을 관둔 후 중고자동차 매매업도 하고, 스포츠센터 직원도 해봤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탁구를 했고, 잘 알지 못하는 영역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일로 먹고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안어른의 도움을 받아,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고향인 광주시에 자신의 이름을 건 탁구장을 열었다.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레슨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11대의 탁구대를 널찍널찍하게 배치했고, 바닥과 방음벽 그리고 천장 환기시스템까지 공을 들였다. 관장인 자신 외에도 두 명의 코치를 영입했고, 열심히 탁구동호인들을 가르쳤다. 한 달도 안 돼 레슨회원이 80명에 달하는 등 대박 조짐을 보였다. 대선배인 현정화 감독과 주세혁이 탁구장 오픈식에 와 시범경기 등 격려를 하기도 했다.

문제는 시기였다. 탁구장이 오픈한 것은 2019년 12월. 한 달도 안 돼 1월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집어삼켰다. 2. 3월은 아예 탁구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국내 확진자 수가 현격히 줄면서 문을 열었지만 신규회원은커녕 있던 회원도 나가고 말았다.

31살의 김진 관장은 ‘낙담은 젊음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오히려 힘을 냈다. 마침 광주 전남지역의 학생탁구선수들이 학교시설에서 탁구를 하지 못해 사설연습장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에게 무료로 탁구장을 개방했다. 광주의 송정초등학교와 선운중학교, 그리고 나주의 영산고등학교 학생들까지 탁구훈련을 하고 싶은 후배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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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광주의 김진탁구클럽에서 보람할렐루야 선수단이 재능기부 활동을 펼쳤다. 오른쪽 선수는 보람팀의 주장인 서현덕 선수. [사진=보람그룹]


비어있던 탁구장은 활기를 찾았고, 마침 ‘K방역’이 세계가 주목할 만큼 코로나 확산에 잘 대응하면서 탁구동호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재개되고, 면역력 향상에 운동이 좋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4월말부터 탁구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회원이 빠르게 늘었고, 김 관장은 이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4월 29일 보람할렐루야 탁구단의 재능기부 행사를 유치했다. 이에 대한 반응이 뜨겁자 지난 5월 12일에는 오광헌 보람할렐루야 감독을 다시 초청해 레슨행사를 가졌다.

오광헌 감독은 “김진 관장은 아주 바르다. 워낙 사람됨이 좋아 우리 팀의 프런트로 영입하려고도 했다. 오늘도 레슨 내내 옆에서 볼을 줍는 등 자세가 됐다. 코로나 때문에 문을 열자마자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오히려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정말이지 의욕적으로 탁구장을 열었지요. 여기(광산구 운정동)가 도보로 5분 이내 아파트 6,000세대가 있는 곳이라 제대로 탁구붐을 일으켜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코로나 때문에 처음에는 좀 황당할 정도로 실망을 했어요. 하지만 주위를 보니 정말 힘든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후배 선수들에게 연습장을 내주는 등 더욱 열심히 했죠. 탁구선수로는 이름을 날리지 못했지만, 탁구장 경영과 생활체육 레슨으로는 대한민국 최고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BC는 ‘Before Corona(코로나 이전)’, AD는 ‘After Disease(질병 이후)’가 된 코로나의 시대. 스포츠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희망은 광주의 김진탁구클럽처럼 작은 곳에서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듯싶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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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탁구클럽 회원들이 지난 12일 오광헌 감독의 레슨을 받은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진탁구클럽]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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