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이는 것이 그 주요속성 중 하나인 스포츠는 코로나19로 인해 전례없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리그 운영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전문선수들은 취소 혹은 연기된 대회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 가운데, 방역지침을 지켜가며 어려운 환경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대면수업 등 학교가 정상화되지 않은 가운데 학생선수들은 아예 학교시설에서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회가 열려야 먹고사는 다수의 체육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정부의 지원이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 공적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혹은 그 도움으로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어려운 체육인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프로복싱과 탁구 등에서 체육인들이 서로를 돕는 미담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한국프로복싱연맹(KPBF)의 이향수 회장은 베트남에서 ‘복싱판 박항서’로 불리는 김상범 커키버팔로프로모션 대표를 돕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베트남의 첫 프로복싱 동양챔피언을 배출하는 등 베트남에서 프로복싱 한류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회는커녕 체육관 운영 자체가 위기를 맞았다. 이 소식을 접한 이향수 회장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월 100만원 상당인 커키버팔로체육관(호치민)의 임대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제가 지금은 복싱단체 회장으로, 그리고 무명가수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한때는 주먹세계에 몸을 담은 적이 있습니다. 김상범 대표도 손을 씻고 베트남까지 가서 프로복싱에 인생을 걸고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하는 후배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조금이나 돕기로 한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탁구는 가장 작은 공을 사용하는 구기종목인지는 몰라도 전문체육은 물론 생활체육에서도 그 정이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지난 3월초 대한탁구협회(회장 유승민)는 60개가 넘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중 처음으로 3,000만 원 상당의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을 전국의 단위별 탁구협회와 일선체육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당진시탁구협회(회장 권세용)는 당진시(시장 김홍장)에게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이웃돕기 성금 400만 원을 모아 전달했다. 생활체육 출신으로 지난 2월 제7대 당진시탁구협회장으로 당선된 권세용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취임식을 취소했다. 당시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취임식 경비에, 협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을 이번에 당진시에 전달한 것이다.

권세용 회장은 “지난 2월 3일은 제가 당진탁구회장에 취임하는 날이었으나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이라 자진해서 취임식을 연기했죠. 이후 코로나 정국이 이어지고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작은 기금이지만 탁구협회의 첫 행사로 성금을 전달하기로 협회가 결정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김홍장 시장도 “탁구협회가 당진시 체육단체로는 최초로 코로나 성금을 내 아주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당진의 생활체육 탁구 여건이 열악했습니다. 향후 코로나를 극복하면 전용구장 건립 등 당진 탁구인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고 화답했다.

스포츠의 속성 중 하나는 '하나됨'이다. 유명스타플레이들의 코로나 극복 기부도 감사한 일이지만, 크게 조명을 받지는 않는 작은 기부야말로 진정 체육인답기 때문에 더욱 훈훈하기만 하다.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아프고, 경제가 악화되는 요즘 이런 체육계의 미담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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