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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백과사전 190] 코스에 동굴을 품은 골프장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야코바골프클래식이 열리는 멕시코 휴양도시 칸쿤 남부의 엘 카멜레온 골프장은 엄청나게 큰 페어웨이 동굴이 유명하다. 동굴 안쪽으로는 지하 공간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광활한 부지에 골프장이 지어지는 만큼 코스 공사기간이나 운영 중에 동굴이 발견되어 화제에 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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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코바클래식 열리는 엘카멜레온 골프장의 7번 홀 세노테.


엘 카멜레온: 페어웨이 중앙 세노테
멕시코의 카리브해 해안선을 따라 그렉 노먼이 설계한 엘카멜레온의 페어웨이를 다듬던 일꾼들이 ‘우물’이란 의미의 세노테(Cenote)를 발견했다. 지하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어 생긴 움푹 패인 천연 웅덩이인 세노테는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는 관광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수영장 크기만한 이 세노테는 산호초 암반 사이를 구불구불 지나가는 더 깊은 곳의 지하 수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마야코바 대회에서는 7번 홀 페어웨이에 덩그러니 놓인 이 동굴은 그렉 노먼의 설계에 따라 오르막 페어웨이 공사 중에 발견됐다. 이후 노먼은 바닥에 모래를 조금 쏟아붓고는 해저드로 처리했다. 대회 중에 PGA투어는 한 선수를 불러다가 이곳에서 벙커샷을 하는 레슨 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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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8번 홀 밑에 조성된 동굴.


프롱혼: 협곡 아래 용암 동굴
미국 오리건 벤드 북쪽의 화산지대에 조성된 프롱혼골프클럽에도 동굴이 있다. 두 번째 18홀 코스 공사를 감리하던 설계가 톰 파지오는 암반을 좀더 파내서 파3 8번 홀 그린 옆 부지를 활용하고자 했다. 그린 앞쪽의 평평한 바위를 걷어내자 지면이 함몰되면서 ‘라바 튜브’ 즉 용암 동굴(熔岩洞窟)이 드러났다. 이 곳에 가면 13.7미터 깊이의 협곡 밑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두 개의 동굴을 마주한다. 파지오는 공사 도중에 마케팅을 위해 한쪽 동굴에 책상을 가져다 놓고 앉아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리조트에서는 개장 후에 이를 활용해 저녁마다 최대 20명의 게스트에게 8번 그린 밑 라바튜브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특별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스릴 넘치고 이색적인 상품이다.

화산 활동이 끝나고 그 주변으로 흘러내린 용암이 굳은 뒤에 표면 아래에 형성된 이 동굴의 생성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표면은 차가운 공기에 의해 굳어지고, 내부 용암은 그대로 흘러나가면서 공간이 만들어진다. 또한 용암이 동굴로 바뀌기 위해서는 용암이 작은 점성을 가지고 있어 평지에서도 잘 흐를 수 있어야 한다. 오리건 벤드에는 이같은 동굴이 거의 1천여 개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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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링스트레이츠 7번 홀 다이의 항아리.


휘슬링스트레이츠: 다이의 항아리
미국 위스콘신주의 휘슬링스트레이츠에 있는 스트레이츠코스는 벙커가 무려 1024개가 있는 세계 최대의 벙커밭 코스다. 코스의 새디스트라 불리는 피트 다이에 의해 설계되어 1998년 개장한 이래 지난 2004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을 처음 개최했고, 이어 2010. 2015년까지 세 번의 대회를 연속 치렀다. 내년에도 미국과 유럽의 팀 대항전인 라이더컵을 개최할 예정이다.

짧은 파4인 6번 홀 그린 앞쪽과 중앙의 잔디로 뒤덮인 깊은 항아리 벙커는 2007년 US시니어오픈을 마치고나서 만들어졌다. 시니어 선수들이 355야드인 그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그린에 종종 올리는 걸 본 다이는 2010년 PGA챔피언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협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다이는 그린을 말굽 형태로 바꾸고 앞쪽에 구덩이 벙커를 팠다. 그나마 이 골프장이 리조트 용도로 만들어져서 더 이상의 핸디캡은 나오지 못했다. 볼에 벙커에 떨어지더라도 수직의 전면에서 굴러나올 수 있도록 턱의 난이도를 낮춘 게 그나마 배푼 자비였다. 이후 이 벙커는 ‘다이의 항아리’로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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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데일 골프장의 마인샤프트 코스 그린옆 벙커.


스콧데일내셔널: 파슨스의 갱도
비싸기로 유명한 PXG골프의 회장인 밥 파슨스는 2014년에 미국 애리조나주 스콧데일의 맥도웰 산맥을 배경으로 한 소노란 사막에 회원제 54홀 코스인 내셔널골프클럽을 사들였다. 성공한 기업인인 파슨스는 코스를 홍보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디어더코스, 배드리틀나인은 그대로 두고 한 코스 파3 16번 홀 그린 옆에 4미터 깊이의 벙커 구덩이를 파놓은 것이다.

구덩이를 조성한 후에는 코스 이름도 광산이나 탄광 또는 토목공사를 위하여 지하에 뚫어놓은 갱도(mineshaft)라고 바꾸었다. 이 공사는 코스 설계가인 제이 모리시의 자문으로 진행됐다. 만약 이곳에 빠지면 그야말로 오로지 탈출에만 신경 써야 한다. 계단을 요리조리 걸어내려가서 하는 벙커샷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세상에 없던 기발한 벙커를 하나 조성하면서 얘깃거리를 만들어낸 점은 파슨스의 놀라운 사업 수완이라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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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코스의 연습그린에 생겨난 어마어마한 싱크홀.


록: 싱크홀이 만든 지하 세상
미주리주 브랜손의 록골프클럽은 싱크홀로 인해 코스에 숨어 있던 동굴이 발견된 사례다. 클럽하우스 앞의 연습 그린에 만들어진 홀의 길이는 12미터 깊이에 너비는 27미터에 이른다. 싱크홀 현상이 발생했을 때 다행히도 사람이 없는 시간에 발생해서 부상자도 없었다.

토양학자들은 이 싱크홀이 오자크 지역에서는 카르스트 지형을 가진 싱크홀을 발견하는 것니 흔한 일이다고 진단한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은 이같은 싱크홀이 북 미주리주에 1만6천개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주변에 물이 부족해도 싱크홀이 만들어지기 쉽다. 물이 채워져 있다면 약한 지반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물이 빠지면 중간에 있던 토양층이 쓸려나가면서 빈 공간이 더욱 커지게 된다. 골프장은 싱크홀을 관광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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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과 동굴이 함께 있는 스톤 9번 홀.


제주도 라온: 곶자왈 지대의 동굴
한국 제주도에는 골프장이 30여곳 있는데 그중에 화산과 용암활동으로 만들어진 곶자왈 지대에 조성된 골프장은 7곳이나 된다. 그중 라온 골프장은 2004년 27홀로 개장하면서 타이거 우즈, 코스 설계가인 콜린 몽고메리, 최경주, 박세리를 초청한 이벤트로 스킨스 게임을 열기도 했다. 스톤 코스 9번 홀에는 코끼리를 연상시키는 페어웨이에 북방식 고인돌 모양의 자연석이 버티고 서 있다.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페어웨이 왼쪽에 자연 동굴이 있다. 입구는 막아놨다고 한다. 이 코스와 가까운 연습그린 한 구석에는 보다 큰 규모의 동굴이 나온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남근석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제주도는 만장굴을 포함해 원래 동굴이 많은 곳이다. 옛날 한라산이 분화하면서 생긴 용암층이 흘러내렸고 그 용암들이 바다에 이르기 전에 마르면서 곳곳에 동굴이 만들어졌다. 제주지역 천연 동굴은 총 209개다. 용암 동굴이 178개, 해식 동굴이 31개로 나타났다. 화산 활동으로 흘러내리던 용암이 시간이 흐르면서 쪼개져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들이 쌓인 곳에 우거진 숲이 ‘곶자왈’이다. 라온의 스톤 코스는 동굴과 고인돌이 있어서 이름 붙여졌을 법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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