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라운드를 했다. 겨우 싱글 핸디캡 스코어를 기록했다. 핑계는 많다. 하지만 딱 하나만 들자면 너무 시시한 라운드여서 그랬다. 동반자들 탓에 화이트 티에서 쳤다. 의미 있는 승부도 없었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배우려는 이들과 친 것도 아니었다.
김용준 프로는 하늘에 수직이 아니라 지면에 수직으로 서 라고 조언한다.
‘나는 여기에 왜 서 있지?’하는 생각에 집중력을 잃었다. 그렇다고 해도 여러 번 기본 샷을 놓친 것은 너무 엉터리였다. 바로 내리막 아이언 샷이었다. 티 샷 잘 해 놓고 어프로치 샷을 실수해 점수를 잃었다. 그 중 한 번은 패널티 구역에 빠져 더블 보기까지 했다.
내가 한 실수는 이런 것이었다. 내리막 샷을 할 때 지면에 수직으로 서지 않은 것이다. 나는 무심코 하늘을 보고 섰다. 그럼 어찌 되겠는가? 뒤땅이 나거나 톱핑이 나기 쉽다. 클럽 헤드가 지면을 따라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셋업한 채(경사면인데 하늘에 수직으로 선 채) 뒤땅을 안 내려면 체중을 목표쪽으로 많이 이동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임팩트 때 볼이 몸 중심에서 너무 오른쪽에 놓이게 되고 클럽 페이스가 채 스퀘어가 되기 전에 볼을 맞히게 된다. 그러면 어찌 될까? 그렇다. 바로 빅 슬라이스가 난다. 나는 하늘을 보고 선 채 체중 이동을 많이 하면 슬라이스가 날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 클럽 헤드가 지면을 따라 흘러야 한다는 생각을 겨우 한 것은 기특하긴 했지만.
셋업을 잘못한 상태에서 체중 이동을 덜 하면서 헤드만 지면을 따라 보낸다면? 뒤죽박죽이 될 것이 뻔했다. 실전에서도 철퍼덕 하고 몇 번이나 뒤땅을 쳤는데 그중 하나가 페널티 구역에 빠진 것이다.
누구 탓을 하겠는가? 핑계는 핑계일 뿐. 아무리 재미없는 라운드라도 내 수련을 위해 활용했어야 했는데. 동반자 탓을 주초까지 실컷 하다가 어젯밤부터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깨닫고 신새벽에 눈이 떠진다. 김용준 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KPGA 프로 &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