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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38) ‘비디오 스카우팅 시스템’을 구축한 청년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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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균 대표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촬영한 비디오를 편집하고 업로드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스포츠에서 더 이상 비디오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팬에게 전달되는 목적인 중계는 물론이고, 선수 평가와 피드백을 위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 구단에서 선수를 선발할 때 단순한 보고서 이외에 비디오가 첨부된다. 비디오로 접하는 느낌이 글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관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모든 경기를 지켜보기엔 시간적 제약이 따른다.

풋앤볼 코리아(Foot&Ball Korea)의 한동균(30) 대표는 이런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다. 그는 호남대 축구학과 재학 시절 동아리 내에서 비디오 분석을 처음 접했다. 사비를 털어 대학 동계 훈련도 따라 다니기도 했다.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3년 8월 경남FC에 입사했다.

한 씨는 입사 후 전력분석 업무뿐 아니라 스카우트 업무도 담당했다. 구단 대표, 감독 또는 스카우트 부장이 지정해준 아마추어 선수를 촬영한 후 주요 장면을 편집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비디오가 계약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선수가 권완규(드래프트 1순위)와 한의권(5순위)다. 한 씨는 이러한 업무를 통해 비디오 스카우팅 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선수 플레이를 잘 관찰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고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뽑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해야 해요.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남을 설득할 수 있도록 말이죠. 10분 정도 영상을 보려면 10~12경기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비디오 스카우팅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별로 없어서 놀랐어요.”

기쁨도 잠시였다. 경남FC의 대부분 코칭스태프가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다. 한 씨도 거기에 포함됐다. 2015년 1월에 갑작스럽게 실업자가 됐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비디오 스카우팅 시스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5월 5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거액의 사비를 털어 장비를 구입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등 전국대회가 열리는 지방은 물론이고, 아마추어 축구 경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향했다.

“프로팀은 계약직이잖아요? 언제 나올지 모르니깐요. 오히려 저는 선수들 자료를 만드는 게 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조금씩 사업을 확장하면서 제대로 자리 잡은 것은 2017년도 여름쯤이에요. 경남에서 만난 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셨죠. 짧은 프로 경력이 소중하게 다가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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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앤볼 코리아는 SNS 페이지를 이용해 다수가 영상을 볼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


발품을 팔면서 수익 채널을 확장했다. 고교, 대학과 연계도 시작했다. 각 학교는 비디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승권으로 도약하기도 했다. 고교 선수들은 한 씨의 비디오를 대학 입시 원서로 이용했다. 굵직한 에이전시도 비디오가 필요할 때면 한 씨를 찾았다. 짧은 기간 내에 업계에서 신뢰감을 형성했다. 그만의 강점을 구축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촬영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촬영이 곧 선수를 나타낸다고 봐야죠. 누군가는 ‘네가 이 업계의 1세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해주더라고요. 한 달에 선수 영상을 최소 10건을 만들어요. 1년이면 평균적으로 120명이죠. 굵직한 에이전시들의 좋은 선수들을 많이 작업하니까 경험이라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직원도 생겼다. 이런 직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에게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원FC와 FC서울에 전력 분석관으로 취업한 사례도 있다. 공유문화를 형성했다.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기도 하고, 대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저도 (학창 시절에) 전문적으로 비디오 시스템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러한 대외활동이 없었어요. 제가 대학생 때 배우지 못한 경험을 나눠주고 싶었어요. 또, 그 친구들을 통해서 제가 배우는 것도 있어요. 새로운 생각이나 사고방식을 느껴볼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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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균 대표는 거액의 사비를 털어 장비를 구입했다.


개인 시간이 없어진 지는 오래다. 스케줄이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에 지정된 휴식일도 없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도 한 씨는 기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어서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제가 하고 있어요. 작업을 할 때 종종 행복할 때가 있는데, 플레이 영상이 좋으면 거기서 받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스토리가 완성되는거잖아요. 이 자료를 통해서 선수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게 좋습니다. 추억의 자료가 되기도 하고요. 피드백도 받을 수 있죠. ‘자료가 도움이 될 영상이다’고 많이 말씀하실 때 활력소가 됩니다. 일이 잘 진행되면 그보다 값진 것은 없어요.”

마지막으로 분석관 업무에 관심이 있는 희망생에게 조언의 메시지를 남겼다.

“관심이 있다면 일단 축구판에 들어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자기의 꿈과 밀접한 대외활동을 하는 게 좋아요. 기다려서 아무것도 이뤄지는 것이 없거든요.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혼자 하면) 알아주는 사람은 없어요.”

“요즘 많은 문의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비디오 분석관이 어떻게 되냐’에요. 딱히 정해진 길이 없죠. 가까운 대학 감독님한테도 (동행하겠다고) 말해보세요. 주로 학부모님이나 1, 2학년이 촬영을 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요. 저도 또한 그렇게 시작했고요.”

한 씨는 인터뷰 내내 옅은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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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균 대표는 아마추어 대회가 열리는 지방 곳곳을 다니며 비디오 촬영을 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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