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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백은경 씨의 오른발, 그후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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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경 씨가 만든 한미모사회의 오프라인 모임. 뒷편 로고의 손모양 중 하나가 불편하게 그려져 있다.


# 꼭 2년 만이었다. 2015년 8월 ‘내 오른발이 아름다워요 - 주부 보디빌더 백은경 씨 이야기’를 쓴 지. 기사는 8살 때 대형트럭에 짓눌리며 오른발 앞부분을 잃은 40세 주부가 보디빌더로 성공하는 이야기였다. 운동을 통해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한 백 씨는 사람을 좋아해 여성의 전화 인권강사로도 일하고 있었다. 당시 “향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기에 요즘 2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했다. 몇 차례 방송에 출연했고, 팬이 늘면서 ‘군산의 비욘세’로 불린다는 정도만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

■ ‘내 오른발이 아름다워요 - 주부 보디빌더 백은경 씨 이야기’ 바로가기

# “누구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어요. 저처럼 발에 장애를 입은 사람도 잘 살잖아요. 그래서 만들었어요. 여성들이 집밖으로 나와 함께 어울리면서 예뻐지자고요. 그래서 우리 모임의 로고도 한 손은 예쁘게, 다른 한 손은 뚱뚱하고 불편하게 그려달라고 부탁했죠.” 누가 인권강사 아니랄까봐, 여전히 목소리가 밝았다. 알고 보니 지난 5월 ‘한미모사회’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디빌딩을 통해 ‘여성들이 함께 아름다워지자’는 꿍꿍이를 벌이고 있었다. 인터넷 공간을 살짝 들여다 보니 벌써 회원이 143명이나 됐다.

# 당연히 돈은 목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백 씨는 돈이 되는 PT(개인지도)는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것 외에는 거의 정리했다. 장애나 비만 등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진 여성들이 쉽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힐링하자는 일이었다. “운동을 하고는 싶은데 실제로 집밖으로 나와 실천에 옮기는 여성은 10~20%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한 번은 지식인 검색인가 하는 것을 봤는데, 운동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이 없었죠. 모든 사람이 선수가 될 수는 없는데, 가르치는 사람은 자기들 중심으로 얘기를 합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가 있든, 뚱뚱하든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고 함께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솔직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한미모사회는 ‘누구나 아름다워질 수 있다’를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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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백은경도 여전히 열심히 운동 중이다. 프로필 사진 중 하나.


# 맞다. 사실 피트니스 하면 쭉쭉빵빵의 잘난 체형의 사진들이 먼저 떠오른다. 실제 우리네 삶은 그렇지 않은데. 사진 한 장 찍어 올려서 좋은 운동방법을 추천받거나, 개선된 것을 격려받기도 쉽지 않다. 한미모사회에서는 뚱뚱하거나, 문제가 있는 체형의 사진을 올려서 함께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백 씨가 개인적으로 상품을 마련해 매달 공개투표를 통해 ‘한미모 퀸’을 선정하고, 회원들과 함께 여성의 전화 인권운동, 미혼모센터 후원 등의 일도 할 계획이다. 군산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회원가입이 이어지고 있어 지역별로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 선수 백은경은 어떨까? “지난 2월 복부에서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어요. 10년쯤 전부터 딱딱한 게 느껴졌는데, 복근인 줄 알았죠(웃음). 한미모사회 같은 게 활성화돼 있었으면 더 일찍 알 수도 있었을 텐데요. 어쨌든 그래서 올해는 경기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몸을 만들어 10월께 출전할까 생각 중입니다.” 사실 백 씨는 자신의 선수 캐리어보다는 함께 하는 운동문화에 더 관심이 많다. 운동을 하고파도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거꾸로 전문 트레이너들은 먹고사는 게 힘들다. 조금이라도 이런 현실에서 자신이 도움이 되기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기에 자신의 선수생활을 넘어 한미모사회와 같은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운동은 계속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성공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선수 백은경의 달라진 마음자세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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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모사회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운동법이 동영상으로 소개돼 있다. 사진은 백은경 씨의 동영상을 캡처한 것.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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