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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행 대신 혼란만 부추긴 먼싱웨어의 경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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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싱웨어 매치플레이가 이상한 경기방식으로 팬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은 조별리그 경기 장면.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국내 남자프로골프 유일의 매치플레이 경기인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16강 조별 리그 1,2경기가 열린 10일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클럽. 4개 조로 나뉘어 경기를 진행하던 16명의 선수들은 여기 저기서 컨시드 여부를 놓고 헷갈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장면은 중계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대표적인 예가 김승혁과 장이근의 매치였다.

B조의 김승혁은 12번홀까지 장이근에 6홀 차로 앞섰다. 원래의 매치 방식이라면 13번홀이 도미 홀(Dormie hole)이었다. 장이근이 13번 홀을 따내지 못하면 경기는 끝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변칙 룰로 인해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승혁이 파를 기록한 상황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장이근은 벙커 샷 마저 짧아 8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겼다. 장이근은 파 퍼트를 넣어도 비기니 모자를 벗고 악수로 패배를 인정하면 됐다. 하지만 변칙 룰로 인해 파 퍼트를 해야 했고 결국 보기를 범해 7&6로 패했다.

이런 변칙 룰은 강호들의 탈락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생각에서 나왔다. 기존 넉다운 방식의 매치플레이는 강호들끼리 맞대결해 일찍 탈락자가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유명선수가 조기탈락하면 팬과 시청자의 관심은 급속도로 식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들어 라운드 로빈(round robin) 방식이 도입됐다.

먼싱웨어는 여기에 승점제도까지 추가했다. 이 대회는 목요일 64강전과 금요일 32강전을 통해 16강을 가린 뒤 4개 조로 나눠 토요일 오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3경기를 치르는 리그전을 도입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 순위 결정전을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복잡한 구조를 탄생시켰다.

결승에 오르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승점을 따야 한다. 그 게 컨시드와 관련된 어색한 장면의 원인이 됐다. 각 조 1위 4명 중 승점이 높은 순위로 상위 2명이 결승에 진출하고 하위 2명이 3, 4위전을 갖도록 경기방식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매치플레이에 승점을 추가하는 복잡한 경기방식은 선수와 팬들 모두에게 혼란을 줬다.

이 경기방식이 처음 도입된 작년 박상현은 리그전에서 3전 전승을 거뒀으나 승점에서 밀려 3, 4위전으로 내려가야 했다. 이런 불합리를 타이틀 스폰서인 데상트코리아는 올해 보완하지 않았다. 팬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남자선수들 멋진 샷이 이상한 게임 방식에 묻혀버리네...” “해설 캐스터 선수 전부 다 롤 이해못함” “내년에도 이번과 같은 룰이면 중계 절대 안본다. 이게 무슨 매치플레이냐” “이런 방식의 골프대회는 웃음거리 밖에...” “누가 올라가도 재미가 없겠군” 등 부정적인 댓들이 많았다.

KLPGA투어의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경기일정을 하루 늘려 이런 혼란을 막았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도 올해 처음 라운드 로빈 방식의 조별 리그전을 도입했는데 경기 일정을 5일 7라운드로 확대했다. 16개 그룹으로 나뉘어 치러지는 조별 리그에서는 그룹별 4명이 2인 1조 매치플레이로 3일간 리그전을 치르며 승리 1점, 무승부 0.5점, 패 0점으로 합산해 각 조의 획득 포인트 1, 2위가 16강 본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4, 5일 차에는 기존 방식과 동일하게 16강과 8강이 토요일에, 4강과 결승전 및 3,4위전이 일요일에 열렸다.

데상트코리아는 4일에 경기를 끝내려다 보니 무리한 경기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탓에 16강 진출자들은 4일간 무려 6라운드를 강행해야 해 체력적인 후유증도 우려된다. 부디 내년에는 모두가 편안하게 경기를 치르고 지켜볼 수 있도록 경기방식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 명문 골프대회를 만들 수 있다. 흥행 대신 혼란만 부추기는 경기방식은 '명문'과는 거리가 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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