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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선거날, ‘듣도 보도 못한 정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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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유승민 IOC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이 밝았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이은 선거인 까닭에 그야말로 폭풍처럼 대선국면이 펼쳐졌다. 얼마나 관심이 뜨거웠는지 유승민 IOC위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대선후보인 유승민! 후보가 아니고, 탁구선수 출신 IOC위원 유승민!!입니다. 격려나 조언은 감사드리나 스포츠 관련 격려나 조언부탁드립니다(One of the Presidential candidate's name is identical to my name. I express my appreciation to people who gave me an advice on the political topics. But! Please give me an advice with regard to the sports issue)’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어쨌든 투표일을 맞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들 투표합시다’, 그리고 ‘체육인들은 더더욱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합시다’라는 빤한 얘기로 귀결될 것이다.

# 그런데 유감이 있다. 아니, 유감이라기보다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 자주 써 유행어가 된 ‘한 걸음 더 들어가 살펴볼 일’이 하나 있다. 단초는 선거 전날인 8일 새벽 예전에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었다는 한 보수 칼럼니스트가 쓴 '저 후보가 대통령 되면 어떤 세상이 올 것인가'라는 제하의 칼럼이다. 지극히 못마땅하다. 이 칼럼니스트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혹은 어떤 후보를 원치 않는지는 세상이 다 알 것이다. 그걸 솔직히 밝히기라도 했다면 처량하지는 않을 듯싶었는데, 이러쿵저러쿵 뭐 특별하지도 않은 것들을 늘어놓은 후 ‘유권자인 국민도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맞춰 후보를 선택하는 진일보한 투표권 행사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규정했다. 이번 선거가 좌우이념선거란다. 이런 주장의 행간에는 암암리에 국민들에게 좌파들이 날뛰는 세상을 조심하자는 호소가 읽힌다. 저 못난 북한이 핵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인지, 지금도 한국에서는 빨간색은 부답스럽다는 인식을 이용하려는 술책일 게다. 수십 년 동안 계속돼온 이 꼼수논리가 참 애잔하게 들린다.

# 정치 및 선거와 관련해서는 한물 간 언론인의 구시대적 설파보다는 2016년 여름 문학동네에서 펴낸 <듣도 보도 못한 정치>(저자 이진순 외)라는 책이 훨씬 낫다. 제목의 가벼움을 제외하면 이 책은 미래의 정치, 혹은 보다 나은 정치를 가늠할 좋은 정보로 가득 차 있다. ▲ 정치는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때에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일상의 일부분이다, ▲ 다수결에 의한 대의민주주의는 그 시효가 다했다, ▲ 몇몇 스타정치지도자에 의존하는 ‘우상의 정치’가 아니라 시민의 직접참여에 의한 풀뿌리 정치시스템이 대안이다, ▲ 국회의원 3선을 금지하는 등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은 필요 없다, ▲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 등 참신한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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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정치>의 표지.


# 이 책은 단순히 주장만 펼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고, 유럽의 정치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는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스페인의 전국정당 포데모스, 아이슬란드의 해적당, 의사결정 플랫폼 루미오(뉴질랜드) 등 생생한 사례들이 논거로 사용했다. 정말이지 책을 읽다보면 지금 당장 우리가 차용하고 싶은 시스템들이다. 좌우이념이 나온 유럽은 이제, 이념에 의한 기득권 정치세력을 거부하는 대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전자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

# 이제 한국도 ‘이념의 과잉’을 넘어서면 안 될까? 아직도 우리네 정치권은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각자의 이념을 국민들에게 강요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군인 출신의 독재자도, 노벨평화상을 받은 민주투사도, 탈권위주의의 상징이 된 인간미 넘치는 변호사도,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기업인도, 그리고 독재자의 딸까지 투표로 대통령을 만들지 않았는가? 이념대결이 옳다면 이미 결론이 났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선진국도 답을 내지리 못한 좌우이념의 궁극적인 결론을 우리가 무슨 재주로 내리겠는가?

# 아쉽게도 지금 우리에게는 ‘듣도 보던 못한 정치’는 없다. 있어도 미미하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것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현재진행형인 새로운 정치(모 후보가 주장하는 새정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의 구현과 가장 가까운 후보를 고르는 편이 낫다. 또 그것이 어렵다면 이념을 떠나 유권자 각자가 공약이 가장 가슴에 와닿는 후보를 택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것이다. 650만 체육인 입장에서는 스포츠에 대한 인식 및 공약이 가장 뛰어난 후보를 택하면 그만이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다고 결코 사회가 확 바뀌지 않는다. 만일 쉽게 확 바뀐다면, 역설적으로 그게 더 불안하다. 반작용에 의해 금세 다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닥치고 정치’는 어떤 이념을, 어떤 후보를 택하라는 식의 대국민 훈계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에게 열광하지 않는 대신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을 찾는 새정치일 때 순기능으로 작동할 것이다. 투표 꼭 합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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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민연대가 발표한 주요 대선후보들의 체육공약 비교표.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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