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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복싱] 김주영이 '소탐대실'을 내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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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의 SNS 프로필 화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태원 기자] 현 한국 웰터급 1위 김주영(27 한남체육관)의 SNS 메신저 프로필 상태 메시지는 '소탐대실'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란,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손실을 입는다는 뜻이다. 그가 이 고사성어를 가슴 속에 품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프로통산 12전 7승(6KO) 2패 3무의 전적을 갖고 있는 김주영에게 최근 선수 생활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었다. 지난 1월 'SBS 프로복싱 서바이벌' 시즌1 한국 웰터급 최강전에 출전한 김주영은 8강전(3분 4라운드)에서 동체급 라이벌 정마루(30 와룡체육관)와 맞닥뜨렸다. 방어가 뛰어난 그는 정마루의 기세에 초반 고전하다 이내 리듬을 되찾고 열세를 만회했다. 내심 승리를 바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 명의 부심만 동점을 매겼을 뿐, 나머지 두 명은 정마루의 손을 들어줬다.

김한상 한남체육관 관장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제스처를 취할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 김주영은 이에 대해 "판정에 불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김주영은 이 경기 중계 영상을 수십 번 돌려봤다고 했다). 시합 이후 한 달간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체중도 10kg가량 불어났고요. 그런데 놀아봐야 부질없다고 느끼고 나서는 다시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어요"라며 덤덤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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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파이터' 김주영은 비록 8강에서 패했지만 SBS 프로복싱 서바이벌이 낳은 스타다. [사진=채승훈 기자]


김주영에게는 팬들의 환호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주영과 정마루의 8강전은 미리보는 결승전이었기에 많은 복싱 팬이 현장을 찾아 응원했다. 김주영은 "4라운드 때 엄청 큰 환호성이 들렸어요. 여태까지 제가 치렀던 그 어떤 경기보다 시끌벅적했던 응원이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게 프로인 내가 할 일임을 느끼게 됐다"고 얘기했다. 사소한 경기 결과보다 프로의 자세, 그리고 팬들을 위한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을 터다.

김주영은 최근에 거처를 상도동 원룸에서 한남체육관으로 옮겼다. 운동에 전념하겠다는 일념이다. "운동 열심히 하겠다고 체육관에서 합숙을 시작했는데 초반에 축농증에 두드러기까지 나서 심하게 고생했어요(웃음). 액땜이라 생각하고, 낫고 나서는 운동하면서 몸 만들고 시합 뛸 준비했어요." 소탐대실의 뜻을 깨우친 김주영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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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시리몽콜과 경기. 가드를 올리고 돌진하는 그의 모습은 파이터 그 자체였다. [사진=김주영 제공]


김주영은 지난 4월 8일 안산상록부페 특설링에서 열린 KBC(한국권투위원회) 한·태국 국제전에서 전 PABA(범아시아복싱협회) 챔피언 샤안 시리몽콜(태국)을 3라운드 30초 TKO승으로 제압했다.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했던 경기였다. '지더라도 화끈한 경기를 하겠다'는 마음가짐 그대로였다.

스물일곱의 복싱 유망주는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 있었던 위기에서 현명하게 빠져나온 듯보였다. '소탐대실'을 가슴에 품은 그의 목적은 뚜렷했다. "재밌는 경기 하는 거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요. 이 분들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사명감 가지고 시합 뛸 겁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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