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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48] 프로 골퍼들의 절세 요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요즘처럼 경기가 얼어붙어 있으면 연말 정산을 해도 돌아오는 돈은 쥐꼬리만큼 적다. 월급에 매인 샐러리맨들은 연말 정산 시즌이면 조금이라도 환급액을 늘리고자 갖은 방법을 궁리한다. 대회와 후원금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프로 골퍼 역시 세금을 적게 내려는 심리는 마찬가지다.

미국인들에게 인기 높은 필 미켈슨은 지난 2013년 TPC스콧데일에서 열린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상금 111만6000달러(12억3942만원)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실제 주머니에 챙긴 돈은 상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7%로 41만2920달러(4억5858만원)에 불과했다.

세금이야 누구나 내지만 그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소득세가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게 문제였다. 우선 상금의 40%인 44만6400달러는 정부에 냈다(5%인 5만5800달러는 대회가 열린 애리조나주에 책정된다). 우승을 도운 캐디 짐 매케이에게는 통상적으로 상금의 10%(11만1600달러)를 준다. 그런데 미켈슨을 발끈하게 한 건 상금의 13.3%인 9만3000달러가 캘리포니아주세로 나간 사실이었다.

‘세금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미국은 주마다 징세 체계가 다르다. 알래스카, 플로리다, 네바다, 사우스다코다, 워싱턴, 텍사스, 와이오밍 7개주는 소득세가 없다.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수많은 프로골퍼와 샤킬 오닐, 캔 그리피 주니어 등 수많은 프로 스포츠계의 스타이자 개인 사업자들은 소득세를 안내는 곳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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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슨은 2013년 피닉스오픈 우승으로 받은 상금액으로 인해 이사를 고민했다.


미켈슨이 화가 난 까닭
특히 우즈는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난 1996년 프로 데뷔를 선언하면서 플로리다로 거주지를 이전했다. 유러피언투어의 스타인 이안 폴터, 루크 도널드, 로리 매킬로이 등이 미국으로 살림을 옮길 때도 플로리다 휴양 도시인 주피터 아일랜드, 팜비치로 몰렸다. 이곳의 메달리스트GC,베어즈클럽, 올드팜GC 등은 회원 가입한 프로들만으로도 축구팀을 꾸릴 정도다. 반면 주세(州稅)가 가장 높은 곳은 최고 10%가 넘는 오리건, 뉴저지, 하와이, 캘리포니아다.

미켈슨이 당시 화난 건 세금이 높아서가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개인 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게 소득세율을 35%에서 39.6%까지 올리는 ‘부자 증세’ 조치를 취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는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10.3%에서 13.3%로 인상했다. 필 미켈슨이 사는 캘리포니아주에 국한된 소득세가 3.3% 오른 건 상금 중 3300만원 가량을 세금으로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화가 났었다.

하지만 미켈슨은 이사한다는 뉘앙스를 풍기자마자 곧바로 여론의 역풍을 맞아야 했다. 그간 본인이 뱉어왔던 말과 논리가 상충했기 때문이다. 지난 09년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지사일 때 TV에 나와 고향 예찬을 했다. “나는 샌디애이고에서 태어나 애리조나에서 대학을 다녔고 내 가족과 장인장모도 여기서 산다.”

그랬던 미켈슨이 이사간다니 여론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하루 뒤에 미켈슨은 본인의 발언을 사과했지만 그는 그해 말 소득세 2.59~4.54%로 캘리포니아보다는 저렴한 이웃 애리조나로 이사했다. 거기서 대학을 다녔고 프로로 데뷔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도피성 이사는 아니었다. 12년을 살았고, 프로가 되면서 처음으로 그래이호크GC와 비즈니스 계약을 맺어 지금까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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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는 프로 데뷔하면서 거주지를 바로 플로리다로 이주했다.


소득세 없는 7개주 인기
프로들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줄이려 백방으로 노력한다. PGA투어 유명 선수들의 거주지는 플로리다(타이거 우즈, 더스틴 존슨)와 텍사스(조던 스피스, 최경주), 그리고 네바다(라이언 무어)에 집중되는 건 이곳이 주 소득세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주세(州稅)가 없는 7개주 외에도 테네시와 뉴햄프셔는 이자와 배당금에는 세금을 부과하지만, 급여는 세금이 없다.

심지어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외국 선수들 중에 바하마제도와 케이먼군도 그리고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에 주소를 가진 이들도 있다. 소득세를 내지 않는 혜택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국세청의 예리한 눈초리를 벗어날 길이 없다. 어디에 살건 연방 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외국 선수들은 미국 인근 조세피난처에 거처를 마련하기도 한다. 저스틴 로즈나 토머스 에이킨은 바하마제도에 주소를 두고 있다. 마티아스 그룬버리와 소렌 한센은 모나코에 집이 있고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애덤 스콧의 집은 의외로 스위스다. 이런 나라들은 이주해 오는 부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물론 세금 혜택을 누리려면 고국에서 누리던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

바하마제도는 사업이나 주거에 50만달러를 투자하는 이민을 받아준다. 세 배인 150만 달러를 급행료로 내면 단기간에 영주권을 받는다. 스위스는 소득에는 세금을 부과하지만, 스위스에서 벌지 않는다면 소득이 아닌 생활비에서 세금을 협의할 수 있다. 세금 신고는 프로들이 여러 주에서 대회에 참가하고, 주마다 세금을 낸다. 연방세와 함께 시합 대회 별로 세금신고서를 작성한다. 현재 대부분의 주에서는 선수들의 상금에 붙는 주세를 대회에서 원천 징수한다. 몇몇 주는 선수들의 후원 계약금도 세금 내역에 포함시켰다. 계약금으로 100만달러를 받고 캘리포니아에서 10%인 36일을 지냈다면 10만달러에 해당하는 소득세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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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이동 편의와 세금 혜택이 좋은 댈러스에 거주한다.


한국 선수들이 몰리는 지역
최경주 등 국내 프로들이 텍사스 달라스에 많이 모여 사는 이유는 소득세가 없는 것 뿐만 아니라 거기는 미국의 중앙에 있고 오가는 항공 교통편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을 드나들 때도 환승하지 않고 한 번에 오가는 직항편이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대한항공에 이어 아메리칸에어도 직행 노선을 가지고 있다. 해외파 선수들로서는 세금 혜택 외에도 최고의 거주 환경인 셈이다.

국내 남녀투어에서는 세금을 얼마나 공제할까? 일반적으로 한국 국적의 선수라면 통상 10%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소득세 3.3%(주민세 0.3% 포함), 협회 특별회비 등이 6.7%다. 한국 국적이지만 국내 골프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아시안투어나 일본투어 자격으로 출전한 선수라면 6.7%를 내지 않아도 된다. 왕정훈이 한국오픈에 출전할 경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원이 아니므로 회비 납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국내 대회에서 외국인 선수가 우승을 하면 국내 비거주자이므로 국제조세협약에 의거해 상금의 22%의 세금을 부과한다. 과세 속지주의(屬地主義)에 따라 상금액이 3000달러를 초과하거나 체류 기간이 183일 이상일 때는 돈을 번 해당국에다 세금을 내야 한다. 만약 상금액이 적거나 체류 기간이 짧다면 대회 참가를 통한 소득세는 한국이 아니라 본국에서 내야 한다. 다만 일본 선수의 경우는 한일조세조약에 의거해 상금액이 1만달러를 초과할 때 이를 적용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는 상금액의 2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영국이나 호주, 북유럽 등 복지제도가 정착된 선진국들은 소득세가 상금의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다. 이는 외국인 선수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아시아권 선수들이 호주 대회 출전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도 작용한다. 특히 호주오픈, 호주PGA챔피언십 등은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기도 어렵거니와 절반 가까이 세금을 내고 비싼 체류비 등을 빼면 건질 게 없다. 특히 호주는 대회수가 적을 뿐 아니라 자국의 뛰어난 선수들도 메이저 대회 시즌에는 귀국하기 때문에 우승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반면 중동의 두바이나 아부다비에서 시합이 열리면 전 세계 선수들이 가급적이면 출전하려 한다. 소득세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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