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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장 위탁경영 리포트-상] 4조7000억원 시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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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위탁경영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홍순성 던롭 대표. [사진=레저신문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장 위탁경영의 물결이 국내에 조만간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주간 <레저신문>과 용품사인 던롭코리아가 12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예정된 150명의 좌석이 꽉 찼다. 골프장 위탁경영 트렌드가 임박한 것으로 예측되는 단면이었다. 본지는 ‘골프장 위탁운영’ 관련 심층 리포트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제1 발표자로 나선 국민대 박경호 교수는 수치 비교로 시작했다.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보스턴컨설팅 컨설턴트를 지내고 골프장 경영까지 경험한 그의 논지는 명확했다. “연 700만명이 관람한 프로야구는 1625억원의 시장, 한 해 2억명으로 추산된다는 영화관 이용은 2조시장이지만 골프는 15조 시장이다. 그중에 골프장 산업은 4조7000억원에 해당하는 큰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전체 매출은 늘어나지만 객단가는 하락하고 있다. 과제는 객단가를 낮추는 비용 역량 확보에 있다. 대형화, 체인화는 세계적으로 자리잡은 운영 모델인 만큼 한국도 이것이 나갈 방향이다.”

박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골프장 매출이 2010년에 총 3조8400억원이었을 때 객단가는 14만9천원이었다. 이후 객단가는 꾸준히 하락했다. 5년만에 매출은 4조7천억 시장이 되었으나 객단가는 13만3천원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그는 덧붙였다. “평균적으로 한 라운드 골프비용이 10만원 정도면 내 돈내고 치겠다는 게 일반 골퍼의 마지노선인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격 요소를 낮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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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전체 매출은 매년 늘고 있지만, 객단가는 반비례로 줄어들고 있다. [자료=박경호 교수]


서명수 한국골프컨설팅 대표는 향후 2~3년 내에 위탁경영이 국내 골프장의 큰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골프존, 국민체육공단, 코스관리 업체 등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확고하게 한국 시장을 장악하는 업체가 일본의 135개 내외의 대형 골프장 체인을 가진 PGM, 아코디아와 같은 대규모 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는 예상가능한 위탁운영의 모델에 대해 해외 전문 컨설팅사가 진출하는 경우, 국내 자체 기업이 혁신하는 경우, 국내 전문사가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세 가지 경우를 대표적인 양상으로 예측했다.

용품사인 던롭스포츠코리아도 위탁사업 진출 전략을 밝혔다. 홍순성 던롭 대표는 제3발제자로 나섰다. 그는 “현재 국내 골프장은 경기 침체를 통한 유동성 위기, 경영환경 변화를 통한 수익 악화와 비용 증가 등의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던롭이 가진 전국 350개 특약점을 활용한 모객(募客) 강화, 고객 DB를 연계한 골프장 이용 혜택 확대, 위탁 골프장 기반의 대회 운영과 성공 모델로 자리잡은 던롭 골프스쿨 프로그램을 통한 유효수요 발굴 등을 골프장과 함께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내자고 제안했다. 용품회사에서 용품을 더 팔겠다는 게 아니라 골프장 이용자 시장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신선했다. 트렌드를 미리 읽는 선제적(Pro-active)제안이다.

골프코스설계사인 R&H의 하종두 대표는 미국의 골프역사에서 위탁운영사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배경을 설명했다. 1989년 설립한 빌리캐스퍼의 경우 철저한 고객 분석을 기반으로 골프대회 운영, 마케팅 특화 등의 새로운 컨셉트를 내세워 미국에서 158개의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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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판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일본 골프장 부킹을 연결한 아코디아 골프.


최근 한국의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는 일본에서 135곳(42곳 보유, 93곳 위탁운영)의 코스를 운영하는 대형 골프장 위탁 체인업체인 아코디아골프를 인수하기로 했다. 황현철 아코디아골프 어드바이저는 “일본의 현재 골퍼 층에서 젊은이들은 적고, 향후 2020년이 넘으면 골프장 수도 2000곳 미만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면서 “현재 일본에서 위탁 운영을 하는 곳은 인력 파견을 포함한 전반을 통괄하는 매니지먼트형, 골프장을 임대하는 리스(Lease)형, 골프장이 가진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컨설팅형으로 나눠진다”고 설명했다. 일본 아코디아 역시 인력 운용과 프로샵, 레스토랑 부문도 자회사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진현식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상무는 “국내 자본인 MBK파트너스가 일본의 아코디아골프를 인수하듯, 재무 투자자가 골프장을 직간접으로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형태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까지 위탁운영이 활성화되지 않은 배경은 오너가 골프장을 보유하려는 목적이 강했었으나 향후에는 위탁운영을 통한 안정 수익률 확보나 운영 효율성이 부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MBK파트너스는 아코디아가 가진 부채 6000억원을 떠안는 조건이어서 총 인수가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PEF의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일본식 대형, 체인화 트렌드가 한국에 불어닥칠 때가 멀지 않았다. 이미 아코디아골프는 국내 홈페이지를 마련하고 영업에 들어갔다.

150명을 채우는 세미나는 3시간 동안 열띠게 진행됐고, 발제자들이 발표를 마친 뒤에 쏟아지는 질문 대부분은 현재 골프장 업계가 직면한 난제를 풀고자 하는 골프장 관계자들의 고민이 묻어났다. 박경호 교수는 “미국에서는 골프협회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퍼스트티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아이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등 미래고객을 키우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골프협회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개별 골프장들이 자발적으로 향후 고객을 미리 발굴하고 이들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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