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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건식의 도의상마] 넓은 땅 몽골에서 일체감을 공유하는, ‘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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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씨름 '부흐'의 경기장면. [사진=EPA연합뉴스]


강한 남자들의 상징 스포츠축제, 나담

세계 각국의 축제 중에서 스포츠나 무예가 주를 이루는 축제는 대체로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구한 세월을 거쳐 지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로 개최되는 문화축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지역을 넘어 국가행사로 개최되는 축제는 찾기가 어렵다. 몽골을 제외하면 말이다.

몽골의 혁명기념일인 7월 11일부터 3일간 몽골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는 나담(Naadam Festival)이라는 몽골정부의 대축제가 열린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전 국민의 관심을 갖고 있는 국가행사다 보니 대통령이 직접 올란바토르 메인경기장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몽골국민들과 친근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나담(наадам, Naadam)은 몽골어로 ‘놀이’ 또는 ‘경기’를 의미한다. 원래의 명칭은 ‘에링 고르붕 나담(эрийн гурван наадам)’으로 ‘남자들의 세 가지 경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세 가지 경기란 몽골의 전통씨름인 ‘부흐’와 말타기경주인 ‘모리니 우랄단(морины уралдаан)’, 그리고 전통활쏘기인 ‘소르 하르와(сур харваа)’를 말한다. 몽골인들은 이 3가지 남성적인 경기를 통해 튼튼한 육체와 강한 의지력, 인내심, 공간과 시간에 대한 민첩성, 우호적 환대 등을 발전시켰으며, 인지 및 도덕 교육의 바탕을 마련했다. 유네스코의 설명에 따르면 이 문화유산의 주된 보유자는 3가지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들로, 몽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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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나담 축제의 모습을 담은 그림. [사진=소마 제공]


전통예술과 세 가지 스포츠,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지는 축제


나담의 전통적인 풍습은 지역에 따라 사라진 곳도 있지만, 러시아의 부리아트(Buryat)·칼미크(Kalmyk) 지방과 중국의 내몽고 자치구 등에서도 간혹 개최되기도 한다. 현재 몽골의 중부와 서부 지역이 나담의 전통적 풍습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 경기 이외도 축제기간 중에는 예술적인 소품으로 3가지 경기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도구나 용품을 만드는 장인들, 공예가들도 수십 명씩 참여한다. 이들 소품은 수집 대상이 될 정도의 세심한 기술과 디자인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씨름복장인 모자, 장화, 반바지 등과 말타기용 안장과 기수의 복장, 그리고 활쏘기 시합에 사용되는 활과 화살 등에도 각각 특정한 전통기술로 만든다. 이들 3가지 경기는 전통예술과 스포츠를 혼합하고 있는 것이다. 소품뿐 아니라 말과 씨름꾼을 지칭하는 노래 역시 스포츠를 포용하는 음악이다.

이러한 몽골인들의 나담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여러 연구자료들을 살펴 보면, 기원전 3세기 무렵 몽골고원으로 성장한 흉노제국이 몽골 전역을 지배하면서, 유목 부족들이 모여 국사를 논하고 제사(‘오보’라는 제사)를 지냈는데 그 의식의 하나로 씨름이나 말타기 경기를 했다고 한다.

지금의 나담과 비슷하게 성장한 것은 칭기즈칸(Чингис хаан) 시대로 추측한다. 몽골을 통합한 칭기즈칸이 오보 제사 의식에서 치러진 경기에 군사훈련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이 세 종목을 통해 전투력을 향상시켰고, 전통씨름인 부흐의 경우에는 병사들의 훈련용으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씨름의 군사훈련의 활용은 주변 국가와 다르지 않았다.

제사의식에서 종교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15세기 몽골에 티벳 불교가 유입되면서다. ‘나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티벳의 불교 영향이 강했던 17세기 무렵으로 보고 있다. 그 유래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7세기 외몽골 할하(Халх)에서 티벳 불교의 제1대 수장인 자나바자르(Занабазар)의 무병장수와 나라의 건재를 기원하는 축제가 있었다. 이 축제가 ‘덜러언 허쇼 단쉬그 나담(Долоон хошуу даншиг наадам)’이다. ‘일곱 개의 허쇼에서 개최되는 축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허쇼는 몽골의 행정 구역 이름이었다. 이 나담은 3년에 한 번씩 각 허쇼별로 개최되었으며, 그 후 ‘나담’이란 단어는 축제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지금의 나담은 종교적인 색채가 사라졌다. 1921년 쑤흐바타르(С?хбаатар)의 사회주의 혁명을 계기로 몽골은 독립국가로 출범했고, ‘군대 나담(Цэргийн наадам)’이 개최된 것이다. 나담에서 오보와 같은 종교적인 의식이 금지외었고, 몽골인들의 통합이라는 정치적인 입장이 강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1925년 군대 나담은 또 다른 축제인 ‘아르완 자사크 나담(Арван засгийн наадам)’과 통합한다. 이 통합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름이 ‘아르딘 자사크 나담(Ардын Засгийн Наадам)’으로 ‘인민 정부의 축제’라는 뜻으로 변겅된다. 그 후 다시 ‘에링 고르붕 나담’으로 명칭을 변경되었으며, 지금은 ‘나담’으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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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담의 활쏘기 경기 장면. [사진=소마]


전통적인 종교적 색채가 살아 있는 씨름(부흐)

전통씨름인 부흐는 몽골의 전통씨름이다. 나담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목으로 남자만이 참여한다. 전국에서 선발된 500여 명의 선수들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하는데, 2일간의 경기에서 전체 9회를 이기면 최종 우승자가 되는 방식이다. 체급은 무체급이며 나이제한도 없다. 부흐선수가 입는 전통복식은 조끼와 반바지다. ‘저득(Зодог)’이라는 조끼는 팔만 가릴 수 있으며 상반신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쇼득(шуудаг)’은 반바지다. 또한, ‘구탈(гутал)’이라는 전통부츠와 전통모자를 쓴다. 경기 전 선수들은 동물 흉내를 내는데 과거 제례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부족마다 동물이나 동작이 다르며 종교적인 색채가 가장 많이 남아 있다.

경기는 상대방의 균형을 깨트려 넘어뜨리면 이기게 된다. 팔꿈치나 무릎이 닿으면 넘어진 것으로 판단하는데 상대를 잡는 방식에는 제한이 없다. 기술제한도 없을 뿐더러 시간제한도 없어 승패가 날때까지 경기는 진행된다. 승자는 깃대를 돌며 춤을 추고, 패자는 조끼의 끈을 풀고 승자의 오른팔 밑으로 들어가는 의식을 한다. 선수는 경기에 이긴 횟수에 따라 수리매, 코끼리, 사자 등 특별한 칭호를 받는다. 우승자는 사자라는 뜻의 ‘울신 아르슬란(Улсын арслан)’이란 칭호를 받는다. 5번 우승할 경우 ‘불패의 거인’이란 뜻을 가진 ‘울신 다르한 아바르가(Улсын дархан аварга)’로 불리는데 이러한 칭호는 평생 유지된다.

이러한 몽골씨름은 현재 몇몇 대학에서 씨름을 연구하는 3,000여 명의 학생들을 포함해 10만 명 이상이 다양한 체육관과 훈련 과정을 통해 익히고 있다. 씨름을 가르치고 배우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가정 교습이 매우 효율적인 형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씨름을 하는 젊은이들은 강한 의지력과 신체 건강, 용기 외에도 노인들을 보살피며 겸손해지는 등 긍정적인 인격을 함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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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담의 말타기 경주 장면. [사진=유네스코]


유목민다운 말타기 경주(모리니 우랄단)


유목민의 후손답게 말을 잘 타기로 유명한 몽골인들은 사람만큼 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승자에게 주는 칭호는 말을 탄 사람이 아닌 경주에 참여한 말에게 주어진다. 우승한 말은 ‘만 마리 중 으뜸’이란 뜻을 가진 ‘투멩 에흐(Тумэн Эх)’라는 칭호를 받는다.

경주의 종착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든다. 이를 막기 위해 경찰병력이 무장한채로 살수차를 대동하여 경계근무를 한다. 그들은 왜 몰려드는 것일까? 경주에서 우승한 말의 땀을 몸에 묻히면 행운이 온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관람객도 종종 볼 수 있다.

경주는 말 연령에 따른 5가지 종목과 거세하지 않은 종마를 포함해 전체 6가지 종목이 열린다. 기수들은 별도의 경기장 없이 초원에서 남녀 구분 없이 15세 이하의 아이들이 주로 참가한다. 심지어 5~6세의 어린아이들도 참여해 부상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들은 경주 전에 경기장을 안을 돌며 전통노래를 부른다.

말타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주로 말타기의 조련사와 기수가 되는 어린이다. 해마다 약 400~500회의 말타기 토너먼트가 개최되며, 전체적으로 20만 마리의 말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약 10만 명의 말타기 조련사가 이들 말을 조련시키며, 약 7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기수로서 경주한다. 그리고 토너먼트의 관중은 30만 명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몽골의 전통적인 가정 교습을 통해 말타기에 관한 폭넓은 지식과 기술, 전통과 관습, 문화와 기법을 전수받는다. 경주에서 우승한 말은 최대 50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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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타기 경주 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살수차가 동원된 모습. [사진=소마]


척박한 유목환경의 생존수단 활쏘기(소르 하르와)


소르 하르와(сур харваа, Sur Harvaa)는 나담 축제의 활쏘기 경기를 말한다. 남녀 구분 없이 참가할 수 있으며 조별 경기로 치러진다. 부족 단위로 생활하면서 여럿이 함께 사냥하며 활을 쐈던 전통이 반영된 것이다. 몽골의 척박한 환경에서 활을 사용한 사냥은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이유로 특히 남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활과 함께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몽골 일부 지역에서는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문에 활과 화살을 거는 풍습도 있었다. 남자가 사망할 경우엔 활이나 화살촉을 무덤에 같이 묻기도 했다.

몽골의 전통활쏘기는 여러 개의 작은 원통모양의 과녁을 맞추는 경기다. 수백 개가 쌓인 과녁에 화살을 쏘는 방식으로, 단계를 넘어설수록 원통의 수는 줄어든다. 원통은 양의 창자를 엮어 만들며 길이는 대략 8cm 정도로, 남자는 75m, 여자는 65m 거리에서 활시위를 당긴다. 보통 1개조에 10명이 4개씩 쏘는데, 처음에는 4단으로 쌓은 과녁에 20개를 쏘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3단으로 쌓은 과녁에 20개, 전체 40개를 쏘아 최소 33개를 과녁에 맞추어야 한다.

과녁에는 범위마다 점수가 표시돼 있다. 과녁을 맞추면 심판은 손을 흔들며 ‘우하이(ухай)’라고 외치는데 우리말로 ‘만세’를 의미한다. 활쏘기 역시 우승한 사람에 칭호가 수여된다. 최고 점수를 받은 우승자가 받는 칭호는 ‘메르겡(мэргэн)’으로 ‘최고 사수’라는 의미다. 다섯 번째 우승한 사람은 ‘다야르 도르사그다흐 메르겡(Даяр дуурсагдах мэргэн)’으로 ‘모든 사람이 기억할 만큼 뛰어난 명궁’이란 칭호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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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타기 경주 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살수차가 동원된 모습. [사진=소마]


몽골인의 일체감을 키우는 국가축제, 그리고 세계가 인정하는 축제로 성장


나담은 세계 10대 축제 중 하나다. 전 세계 수십 만 개의 축제 가운데에서 참가규모나 역사 등을 고려해 각 국가별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축제 중 하나다. ‘리우카니발’(브라질), ‘뮌헨옥토버페스티벌’(독일), ‘에든버러축제’와 ‘노팅힐축제’(영국), ‘베네치아카니발’(이탈리아), ‘토마토축제’(스페인), ‘송크란축제’(태국), ‘삿포로눈꽃축제’(일본) 등과 같은 수준으로 나담은 무예종목으로서 유일하게 세계 10대축제 대열에 포함돼 있다.

나담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나담에는 몽골의 전역에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참가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모든 경기는 몽골중앙방송이 중계한다. 나담의 관심과 오랜 전통을 이어온 데에는 축제에 참가한 선수들이 승패나 상금에 연연해하지 않고 모두가 하나 되어 축제를 즐기는 데 있다. 경기에서 패했다 하더라도 축제 마지막날까지 관중석에서 함께 하며 즐기는데서 알 수 있다.

그들은 왜 나담에 참여하는 것일까? 유목민으로서 타고난 재능을 선보이고 싶어 하고, 성인들에게는 삶의 활력을 찾으려고 하며,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몽골인으로서 그들의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소중한 경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전통적인 풍습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무예 혹은 스포츠의 문화적인 특성을 착실하게 정착시켜 왔고 지금은 세계가 인정하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축제가 없을까? 나담보다 먼저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당시에는 인류주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된 강릉단오제가 있다. 강원도 강릉에서 전해 내려온 제례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음력 5월 5일 단오에 시조신에게 제사를 지낸 기록이 있어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일년 중에서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해서 큰 명절로 여겨왔고 지역마다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는 기록이 있다. 나담이 강한 남성을 상징하는 축제라면 단오는 남녀노소가 다양한 활동으로 참여하는 축제다. 여성들은 그네타기와 창포에 머리감기, 남성들은 씨름을 하였으며, 농사를 기원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함께 이루어졌다.

나담과 단오를 비교해 보면 많은 부분에서 성장속도가 다르다. 나담이 몽골의 국가축제라면, 단오는 지역축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중심의 축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협의하여 열린 축제로 개발되어야 한다. 씨름 역시 단오장사대회가 아닌 천하장사급의 국제대회로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단오행사의 대부분은 지역문화이며 색채가 강하다지만, 씨름만큼은 세계 씨름꾼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훌륭한 소재가 된다. 나담에서 몽골씨름 챔피언이 단오 씨름대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 허건식박사는 용인대학교에서 체육학박사(무도학)를 취득하여 예원예술대 특임교수,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위원, 국립태권도박물관 운영위원, 유네스코자문기구인 세계무술연맹(WoMAU)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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