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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일간의 미국 골프횡단 36] 마음의 쓰레기까지 털어내다
‘에이지슈터를 꿈꾸며(Dreaming Age Shooter)’ 떠난 64세 고교동창 4명 다스(DAS)팀의 미국 대륙 횡단이 59일째를 맞았다. 이제 여행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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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다투기도 했지만 두달 동안 재미있고 우정어린 여행을 한 다스팀.


페블비치의 마지막 라운드 란초 캐나다
스파이글래스힐 코스에서 슬로우 플레이한 것을 여행일지에 올렸는데 LA에 있는 친구 성낙준 사장이 답글을 달았다. ‘다스팀의 슬로우플레이는 옥의 티’라는 뼈아픈 충고를 다음과 같은 장문의 글로 전해주었다.

“미국 골프 협회의 금년 캐치프레이즈가 ‘앞으로 나가 치라(Tee Forward)’이다. 이 말은 자기 핸디캡에 맞는 티를 선택하여 라운드를 하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핸디캡 상관없이 블루 티에서 치고 싶어 하는데 이는 잘못된 습관이다. 보통 18홀을 도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4시간 30분(홀 당 15분)이고, 대부분 이보다 약간 빠른 4시간 15분 정도면 마무리가 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물론 신중하게 플레이 하여 최상의 스코어를 내려고 하는 것이 모든 골퍼의 희망이지만 나로 인하여 동반자나 뒤 팀에 방해가 되어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나온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망가뜨리는 행위는 신사스포츠로서는 삼가야 할 일이다. 동반 플레이어가 샷을 할 때 미리 준비한다든지 샷 순서를 기다리지 말고 준비가 된 플레이어가 먼저 샷을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예상 기온이 11~18도인데 골프장에 도착하니 바람이 불어서 인지 체감온도는 10도 이하정도로 쌀쌀했다. 지금까지 골프 라운드를 한 기간 중 가장 추운 날씨다. 어제는 아주 좋은 날씨였는데 하루 만에 전혀 다른 날씨가 되었다.

페블비치 파이널 라운드인 란초 캐나다(Rancho Canada GC) 골프장에서 티 샷에 들어갔다. 이 골프장은 어제와 그저께 운동하였던 페블비치 골프 리조트의 스패니시베이 코스와 스파이글래스힐 코스 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골프장이다. 몬테레이 반도의 남쪽 카운티인 카멜에 위치하고, 넓고 평평한 목초지역에 만들어진 골프장으로 몇 개의 블라인드 홀을 제외하고는 그린이 보여서 다소간 편한 느낌을 주게 세팅되어 있다. 요금도 38달러면 괜찮지 않은가? 스파이글래스힐 골프장 요금 420달러에 11분의 1도 안되는 가격이다.

티 박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도중에 바로 뒤 팀으로 플레이를 할 한국교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미국에 온 지가 40년이 되었다니 그동안의 고생이 미루어 짐작이 간다. 지금 그들은 호텔이나 대형 마트, 주유소 등을 운영하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이다. 2500달러짜리 회원권을 사면, 1년 동안 무제한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교민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겨우 동네 연습장 1년 이용 요금이다.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다스팀의 지나온 여행일정을 설명하자 이번에는 그들이 반대로 부러운 표정이다. 그리고 어떻게 페블비치 골프장에 예약했냐며 방법을 물어봤다. 미국인 골퍼나 교포 골퍼들 모두 우리들의 페블비치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를 매우 부러워했다.

날씨가 흐리고 기온이 떨어져서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다. 약간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도 모자라서 바람막이를 껴입고 플레이를 시작했다. 4번 파5 홀에서 앞에 있는 높은 나무를 운 좋게 피한 양기종 대표가 버디와 롱기스트를 동시에 챙기면서 앞서 나갔다. 7번 파3 홀에서 최금호 단장이 핀에 붙여서 니어리스트와 버디를 챙기며 따라 붙었다. 뒤이어 장기풍 총장, 설병상 작가도 차분한 플레이를 해 전반을 양 대표 41타, 장 총장, 설 작가, 최 단장이 공히 42타로 끝내고 후반으로 들어갔다.

후반 11번 파4 홀에서 장 총장이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리자, 설 작가는 신중하게 플레이를 하면서 파 행진을 이어나갔다. 12번 파5 홀에서 티 샷을 다른 멤버들보다 20야드를 더 보낸 최 단장은 세컨드 샷에서 아쉽게 미스 샷을 했다. 그런데 170야드의 서드 샷을 유틸리티로 쳐내 핀에 붙이고 OK 버디를 잡아냈다. 프로선수가 다 된 느낌이다. 잘해야 보기정도 하겠거니 생각했던 멤버들이 축하를 해 줬지만 다들 속은 편하지 못했다. 그래도 어쩌랴? 잘 쳐서 롱기스트, 버디 상금을 챙겨가는 것을.

그러나 인간미가 많은 최 단장은 더블, 트리플 보기를 연달아 하면서 순위 경쟁에서 밀려났다. 차분하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 설 작가는 마지막 18번 파4 홀에서 턱이 높은 벙커 바로 뒤에 핀이 있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멋진 어프로치 샷으로 스핀을 걸어서 핀에 볼을 붙이고는 OK 파를 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경합을 벌이던 양 대표가 “우승을 축하한다.”며 악수를 청하는데, 설 작가 왈 “오랜만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네.” 하며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다스팀 멤버들 모두 80대를 기록하며 몬테레이 반도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오늘의 우승은 설 작가(82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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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는 골프나우 등 부킹사이트를 수없이 검색한 결과 저렴한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여행 중 생긴 마음의 쓰레기를 정리
운동을 마치고 저녁을 해결할 식당을 찾아야 하는데 주차장에서 만난 한국 교민이 레스토랑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었다. 약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차트 하우스 레스토랑’이 바닷가 절벽 위에 있어 전망이 정말 끝내 주는 멋진 스테이크 전문식당이었다.

어두워지는 시간이었지만 식당 창가 테이블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 풍경은 한 편의 멋진 풍경화 다큐멘터리였다. 멀리 출렁이는 파도와 창문 바로 밑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펠리컨과 갈매기들이 한가롭게 깃털을 고른다. 바다에는 물개들이 한가롭게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간만에 맛있게 구워 나온 스테이크에 와인 한잔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식사를 근사하게 끝낸 후 우리는 다시 캠핑카에 올라 최종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약 164km를 달렸다. 설 작가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바닷가를 끼고 안개 속을 달리다 보니 앞 유리에 물방울이 맺혀 시야가 좋지 않고, 더욱이 밤길이어서 운전하는데 힘들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양 대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계속 설 작가를 즐겁게 해 준 덕분에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올 수 있었다.

우리는 캠핑카에서 해먹는 마지막 만찬을 즐기며 여행 중 가졌던 서운한 감정, 섭섭한 마음, 상처 받았던 일들을 한 잔 술로 나누면서 전부 털어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수 있었다.

사실 서로 감정이 상한 것도 적지는 않았다. 동반자 간의 갈등은 장거리 장기간 여행 중에는 꼭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사랑으로 맺은 부부도 싸우는데 하물며 저 잘랐다고 60년 이상을 살아온 인생들이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우린 서로 의지하며 지내왔고 기분 나쁘거나 마음의 상처가 생기면 솔직하게 말하고 바로 사과했다. 더 이상 그런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기로 다짐하며 하이파이브도 했다.

이제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여행 중 생긴 마음의 쓰레기를 정리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그 시간에 우리는 서로에 대한 아주 작은 섭섭한 마음이나 감정의 앙금도 싹싹 쓸어 함께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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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의 마지막 라운드인 란초 캐나다.


미국 골프장 투어 제35차: 란초 캐나다(Rancho Canada)
카멜강이 굽이쳐 흘려가는 곳에 훌륭한 골프시설을 갖춘 란초 캐나다(파71 6125야드)동서 2개 코스 36홀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뛰어난 장소는 한때 4366에이커의 캘러포니아 란초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두 코스의 레이아웃은 훌륭한 골프장들의 전통에 따라서 부동산 개발에 방해 받지 않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산타루시아 산맥과 장엄한 수목 숲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이 골프장의 완만하게 경사진 페어웨이와 자연 그대로의 그린들을 즐길 수 있다. 6125야드의 동 코스는 길이보다는 기술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게 하는 골프장이다.

예약: 홈페이지(ranchocanadagolf.com)와 골프나우(golfnow.com) 참조.
요금: 1인 70달러. 다스팀 4인 합계 136달러
주소: 4860 Carmel Valley Rd Carmel, CA 93923 / 전화 (831) 624-0111

* 이 글은 푸른영토에서 발간한 <60일간의 미국 골프횡단>에서 발췌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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