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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축구] 연세대 한승규, ‘창의성’ 불어넣는 플레이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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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규는 공을 잡는 즉시 공격의 속도를 끌어 올린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저 작은 애, 언남고 7번 걔 맞지?”

한승규(20, 연세대)는 시즌 시작을 알리는 춘계 대학축구연맹전에서 연일 관중석을 놀라게 했다. 화려한 바디 페인팅으로 수비수를 제치고 슈팅까지 이어지는 동작이 일품이었다. 작년에 언남고를 졸업한 뒤 연세대에 입학해, 1학년 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다.

10대에서 성인무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선수가 ‘적응’이라는 성장통을 겪는다. 주변 사람들도 한승규에게 “너도 많이 고생할 거야”라며 걱정해줬지만 그는 오히려 이를 갈았다.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한 번 부딪혀 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작년 춘계연맹전에 임했어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승규가 공을 잡으면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게 한다. 연세대의 공격은 주로 한승규를 출발점으로 이뤄진다. 볼을 건네받는 즉시 재빠른 드리블을 통해 공격속도를 끌어올린다. 그는 170cm 중반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크지 않고 체구가 호리호리하다. 하지만 거친 압박 속에서 밀리지 않는다. 시야도 넓다. 동료의 위치를 미리 파악한 뒤 빠르게 패스를 찔러준다.

한승규의 가치는 ‘과감함’에서 나온다. 최근 한국축구 대부분의 중앙 미드필더는 볼을 안정 지향적으로만 차려고 한다. 하지만, 한승규는 다르다.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공을 잡고 끊임 없이 전방으로 움직인다. 과감한 드리블과 패스로 공격 활로를 뚫는다. 그러므로 수비수들에게 부담을 준다. 이런 선수가 몇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프로 구단들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지사.

똑똑하다. 한승규의 플레이를 곱씹은 느낌이다. 본인의 전체적인 색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경기마다 조금씩 변화를 준다. 상대 팀 수비형 미드필더가 느리다고 판단될 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전방을 향한다, 반대로 빠른 유형이면 주변 동료들을 활용할 줄 안다.

한승규의 장점은 이뿐만 아니다. 볼을 어느 정도 찰 줄 아는 선수라면 나태해지기 쉽다. 하지만 한승규는 잔디 위에서 남보다 한 발자국 더 뛰려고 애쓴다.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해 볼을 탈취하는 능력도 제법이다. 연세대 신재흠 감독은 “(한)승규는 A급이다. 피지컬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라며 제자를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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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연세대 한승규. [사진=정종훈]


그런 그가 자신은 ‘게으른’ 선수였다고 고백했다. 한승규는 “중학교 때는 지금과 스타일이 정반대였어요. 언남고에 진학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측면으로 주지말고 웬만하면 제가 해결하라고 가르침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이 한승규에게는 축구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학원 축구 명문 언남고에서 정종선 감독의 가르침 아래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몇몇 대학생 선수들이 “한승규는 정말 인정합니다”라며 엄지를 들어 올린다.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이야 ‘연세대 15번’ 하면 모두가 알지만, 이전까지는 무명 선수에 가까웠다. 본인이 “고등학교 때 저는 듣보잡(유명하지 않은 이를 지칭하는 은어)이었어요”라고 말할 정도다. 당연히 엘리트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과의 인연도 없다. 올해 3월 덴소컵(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표팀 경력이 없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당시 김상호 감독이 이끌던 U-19 대표팀 소집훈련에 다녀온 것이 전부다. 첫 대표팀 그리고 한 살 위의 형들과 함께 하는 훈련이었는지라 긴장을 많이 해, 좋은 결과로 잇진 못했다.

올해로 성인 무대 2년 차. 한승규는 더욱 성숙해졌다. 그의 성장과 동시에 연세대는 더욱 강력해졌다. 올해를 준비하는 동계훈련에서는 프로팀을 상대로 여러 차례 승리를 챙겼다. 전남 드래곤즈, 부산 아이파크, 안산 무궁화,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등을 상대로 기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한승규는 자신감이 더 붙었다. “작년에는 경기 전에 겁을 먹고 들어가는 몇 경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달라요. 경기에 나서면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지더라도 우리 플레이를 만들자는 신념이 강해요”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은 최고조다. 실제로 연세대는 U리그 4권역 경희대와의 경기(6월 3일) 전까지 대학팀에게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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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규는 킥력도 준수해서 세트피스를 담당하기도 한다. [사진=정종훈]


한승규를 더 단단하게 해주는 중심에는 연세대 15학번 동기들이 있다.(연세대 15학번에는 전종혁, 송준평, 김민재, 황기욱, 전주현, 유정완, 이근호가 있다. 각각 제 위치에서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중원에서 같이 뛰고 있는 전주현과 황기욱은 그에게 큰 힘이 된다. 역삼각형으로 황기욱이 뒤를 받치고 전주현-한승규가 공격에 나선다. 서로를 보완해주며 배우는 것도 많다.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밝힐 정도로 서로를 믿고 따른다.

한승규에게는 특별한 조언자가 있다. K리그 챌린지 부천 FC에서 프로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형 한성규(24)다. 이 둘은 4살 터울로, 어렸을 때부터 우애가 돈독했다. 형이 축구하는 것을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한승규도 축구에 관심이 생겼다. 한성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며 각 연령대 대표팀을 거쳤다. 그런 형은 한승규에게 우상 같은 존재다.

한승규는 “형이 ‘프로를 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 지금 잘하는 것보다는 프로에 가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만하는 순간 실패한다’라고 강조를 많이 해줬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서 그는 “형(한성규)이 어떤 선수인지 그라운드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어요. 언젠가 같이 프로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다”고 했다.

한승규에게 대학 무대는 좁다. 더 넓은 프로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단, 안주하는 순간 성장은 정체된다. 아직 그는 그저 미완의 대기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잘한다 한들 프로 무대에서 본인의 실력을 뽐내지 못하면 의미 없다. 기대 해도 좋다. 권창훈(23, 수원삼성), 이재성(24, 전북현대)이 줬던 충격만큼 그는 많은 축구팬들에게 신선함을 불러올 예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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