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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올림픽 무대에서 존재가치 입증한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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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의 골든 슬램으로 막을 내린 리우 올림픽 여자골프 경기.[사진=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2016 리우 올림픽 골프 경기가 박인비와 저스틴 로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1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골프는 남녀 모두 기대 이상의 경기 내용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여자 경기는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한 박인비의 극적인 ‘골든 슬램’으로, 남자 경기는 72번째 홀까지 가는 드라마틱한 승부로 전 세계 골프 팬은 물론 스포츠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당초 골프 경기는 흥행이 불투명했다. 남자의 경우 세계랭킹 1~4위인 제이슨 데이와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의 불참으로 흥행에 먹구름이 끼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들은 내년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 종목 조정에서 골프가 빠질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지난 2주 간의 경기 후 이런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골프는 올림픽 시상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 골프 경기는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먼저 치러진 남자 경기는 저스틴 로즈와 헨릭 스텐손의 대결로 마지막 순간까지 흥미진진했다. 스텐손이 브리티시오픈에서 필 미켈슨과 골프사에 남을 명승부를 치른 직후였기에 감동은 더 했다. 둘은 공동선두로 마지막 18번홀을 맞았고 로즈가 버디, 스텐손이 3퍼트 보기로 금, 은메달을 나눠가졌다. 매트 쿠차는 최종일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63타)을 작성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경기도 블록버스터 급이었다. 직전 세계랭킹 1위인 박인비와 현재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의 맞대결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졌으며 은메달(리디아 고)과 동메달(펑샨샨) 역시 마지막 72번째 홀에서 주인이 결정됐다.

이번 올림픽 골프경기를 중계한 미국 과 계열사인 <골프채널>은 TV 시청률에 환호했다. 남자 경기의 경우 2016년 중계한 대회중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가구당 시청률 5.6%를 기록했으며 라운드당 88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갤러리 숫자도 기대 이상이었다. 남자 경기의 경우 최종라운드 티켓이 매진됐다. 대회를 치를 골프장 하나 없던 ‘불모지’인 리우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었다. 수잔 페테르손은 “만약 당신이 2주간의 올림픽 골프 경기를 보지 않았다면 스포츠의 중심에 있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적인 영향은 아직 측정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과 함께 미래의 2대 골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에선 큰 성과가 나타날 조짐이다. 여자 경기에 최연소로 출전한 18세 소녀 아디티 아쇽의 선전은 12억 5,000만 인구의 인도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아쇽이 2라운드에서 68타를 쳐 선두 박인비에 3타차로 따라붙자 인도 사람들은 구글에서 40만 번이나 그녀의 이름을 검색했다. 아쇽은 검색어 1위에 올랐으며 ‘아쇽’은 ‘리우 올림픽’이란 단어를 앞섰다. 이는 평소의 110%를 상회하는 폭발적인 조회수였다. 인도의 현재 골프 인구는 7만 5,000명에 불과하다.

국제골프연맹의 피터 도슨 회장은 여자 경기가 끝난 후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부분을 점검한 후 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슨 회장이 밝힌 점검 대상은 TV 시청률과 상업적인 성공, 그리고 관전자의 관심사항, 올림픽 기간 중 선수들의 처신 등이다. 국제연맹의 수장으로서 겸손한 발언을 했으나 내심 2020년 도쿄 올림픽 이후에도 골프의 올림픽 잔류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골프강국인 한국 입장에서도 골프의 올림픽 잔류는 환영할 일이다. 21세의 신예 김시우가 22일 끝난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5타차 우승을 거둘 정도로 한국 남자 골프는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세계무대를 장악한 한국 여자 골프는 ‘세리 키즈’에 이어 ‘인비 키즈’의 등장을 이야기할 정도로 깊고 넓어지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나 불안한 치안 문제에서 자유로운 2020년 도쿄 올림픽 골프 경기에선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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