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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펀펀한 런-생활체육 마라톤훈련기] #1 - 어쩌다 뛰고, 어쩌다 쓰게 된 사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양정수 기자] 모 채널의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이 최근 인기다. 이 프로그램은 세월이 흘러 자랐지만, 잘 살고 있는 ‘어른’인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만드는 특강 형식의 쇼이다. 나는 정말이지 어쩌다 러너가 됐다. 아주 초짜 마라톤동호인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허락하면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TV프로그램처럼 ‘잘 달리고 있는 러너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 ‘아식스 러닝 클래스’에 직접 참여하며 풀어보려고 한다.

아식스의 러닝 클래스는 수요일 저녁과 토요일 아침, 일주일에 두 번 강남 직영점에서 진행된다. 매 프로그램 당 35명 내외인데, 권은주 감독(이 글에서는 보스라고 부를 생각이다)과 코칭스태프, 25명 정도의 정규 참가자, 그리고 게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부터 심화까지 러닝의 전반적인 부분을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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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말 아식스 러닝클래스(강남점)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지난 토요일 아침 트레이닝복에 러닝화를 신고 빈손으로 쫄래쫄래 러닝 클래스를 첫 방문했다. 다행히도 보스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보스는 이 러닝 클래스의 책임자이자, 1997년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26분 12초로 골인해, 현재까지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사실 보스와의 첫 만남은 전날인 금요일이었다. 구릿빛보다는 ‘까무잡잡’에 가까운 포털사이트 프로필 사진을 본 필자에게, 보스의 첫인상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날렵한 몸매에 스킨톤의 민소매티셔츠와 올리브 컬러의 하이웨스트 와이드 팬츠. 운동을 한 사람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예상을 뒤엎는 세련된 이미지였다.

필자가 참여한 클래스는 토요일에 진행된 ‘오픈 런’이다. 토요일 아침의 강남은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불금으로 시끌벅적했을 모습과는 정반대로 침묵의 도심이었다. 그 침묵을 깨고 클래스에 참석할 러너가 하나둘씩 도착했다. 매장은 금세 러너들로 가득 찼다. 러너들은 한 주간 본인이 속한 크루의 이야기며, 각종 러닝행사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이 모습은 별다른 크루 없이 평소 외로이 러닝을 하며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찾던 필자에게 굉장히 낯선 광경이었다. 클래스는 아직 시작하기도 전인데 러닝에 대한 열정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클래스를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매장 앞으로 나가 강남 보도를 둥글게 차지하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스트레칭은 러닝 전 부상을 방지하는 몹시 중요한 전초 의식 같은 것이지만, 지나가던 행인에게는 ‘이게 뭐하는 거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일런지도 모른다. 이날은 잠원한강공에서 지속주 훈련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었다. 스트래칭을 마치고 보스와 코칭스태프의 진행에 따라 가볍게 워밍업을 하며 잠원한강공원까지 골목골목 요기조기 사이사이로 2.5km 정도 로드 러닝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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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왓 카인드 오브 짓거리'냐고요? 달리기중독자들의 몸부림이랍니다.


공원에 도착해 클래스는 8km와 페이스를 달리하는 5km 두 그룹, 이렇게 총 세 그룹으로 나뉘어 본격적인 러닝을 시작했다. 비가 온 직후 습도가 높고 후덥지근하여 필자를 포함한 러너들의 트레이닝복은 금세 땀으로 젖어 들어갔다. 여기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빗방울까지 떨어졌다. 옷은 땀과 비가 뒤섞여 완전히 축축해졌다. 훈련이 지속되자 지친 러너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필자도 뛰다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자세가 흐트러졌다. 보스의 눈은 매의 눈이라고 해야 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오래 달릴 경우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며, 필자의 몸을 정확히 진단하고 자세 교정에 들어갔다. 보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는 각 그룹을 리드하며 흐트러진 러너의 자세를 고쳐주고 격려했다. 달리는 도중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혼자 음악이나 들으며 달리던 필자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온 몸이 땀범벅이 됐지만 러너들의 몸과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프로그램 마무리로 기념촬영을 하고 페이스를 낮춰 달렸던 길을 역으로 밟아 매장으로 돌아왔다.

매장에 도착하니, 아침을 거른 채 10km를 넘게 달린 필자를 간식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솔직히 아침에 보스를 봤을 때보다 더 반가웠던 것 같다). 러너들은 다시 한 번 보도를 차지하고 마무리운동을 시작했다. 러닝을 마치고 몸을 깨운 러너들은 더욱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된 바나나와 에너지바, 물과 이온음료 같은 간식을 자유롭게 먹었다. 이로써 클래스는 마무리됐다. 매장을 나오자 이제야 강남의 거리가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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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식스 러닝클래스 팀이 잠원한강공원에서 훈련을 하는 모습.


어쩌다 러닝을 시작하고, 어쩌다 기자가 되고, 어쩌다 러닝 클래스에 참여하고, 어쩌다 서투르게 칼럼까지 쓰게 됐다. 앞으로 클래스에 참여하며 경험하는 각종 훈련을 소개하고, 평소 아마추어로서 러닝을 하며 궁금했던 점을 러닝 전문가 집단인 보스와 코칭스태프를 통해 해소하고 싶다. 더하여 클래스에 참여하는 러너들의 러닝사(?)도 풀어보도록 노력하겠다.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 동네동생, 동네형 쯤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러닝 클래스 첫 참가기는 여기까지. 꾸벅.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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