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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8년 계약의 시작, 카브레라와 디트로이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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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카브레라


2014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는 미겔 카브레라(32)와 2016년부터 시작되는 8년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총액 2억 4,800만 달러로, 연 평균 3,100만 달러의 엄청난 규모였다. 2008년부터 시작된 8년 계약이 지난해 마무리 된 가운데, 카브레라는 디트로이트와만 두 번의 8년 계약을 맺은 것이다.

카브레라의 가치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최근 5년간 네 번의 타격왕을 차지했으며, 각각 두 차례씩 홈런왕과 타점왕에 올랐다. 통산 타율 .321은 .314를 기록 중인 이치로를 훌쩍 뛰어넘는 현역 선수 1위의 기록. 이치로가 단타 위주의 타격을 한 반면, 카브레라는 정확도와 파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장 계약 당시 카브레라와의 계약 문제는 디트로이트의 최대 현안이었다. 앞선 두 해 모두 리그 MVP를 차지한 카브레라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상황. 이에 FA가 가까워지기 전에 하루 빨리 연장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디트로이트의 의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이번 겨울 디트로이트는 두 명의 대형 FA를 영입했다. 짐머맨과 5년간 1억 1,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데 이어, 저스틴 업튼에게 6년간 1억 3,275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안겨줬다. 이 밖에도 알 아빌라 신임 단장은 트레이드와 FA 영입을 통해 팀의 최대 고민이었던 불펜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 디트로이트는 4년 연속 지구 우승의 영광을 뒤로하고, 7년 만에 지구 최하위로 추락했다. 벌랜더는 데뷔 첫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며 20경기 등판에 그쳤고, 산체스, 마르티네스의 고액 연봉자들도 제 몫을 못했다. 프라이스와도 이별을 택했다. 다수의 장기 계약자들로 인해 페이롤이 높아진 상황에서, 팀 내 주축 선수들의 나이도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었다. 디트로이트에겐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리치 구단주의 우승을 향한 집념은 여전했다. 선발과 불펜, 타선까지 골고루 전력 강화에 나서며 다시 한 번 대권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로써 디트로이트는 올 시즌 1,4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연봉자를 7명 보유하게 됐다. 현재까지 연봉 총액은 1억 8,500만 달러 선으로, 연봉조정신청 과정이 마무리되면 2억 달러를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다저스와 양키스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3위의 규모로, 당연히 팀 내 역대 가장 높은 연봉 총액이다.

결국 카브레라와 벌랜더가 있을 때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2019년까지 함께해야 하는 벌랜더와는 1억 1,200만 달러의 잔여 계약이 남아있는 상황. 이에 향후 4년간 두 선수에게만 지급해야 하는 돈이 연 평균 5,700만 달러였다. 리빌딩을 하고자하는 팀에겐 사치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장기 계약의 늪에 빠진 팀들이 가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루 빨리 태세 전환에 나서든가, 계속해서 ‘Go’를 외치든가. 하지만 당장의 결과에 치중한 후자의 경우는 최근의 양키스처럼 결과가 좋지 못한 사례가 훨씬 많았다. 게다가 2010년대 이후 우승팀인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보스턴 그리고 지난해의 캔자스시티 중 연봉 총액 TOP 5에 들었던 팀은 2013년의 보스턴이 유일했다(지난해 캔자스시티 17위). 그리고 당시 보스턴은 2012년 블록버스터 딜을 통해 곤잘레스, 크로포드, 베켓의 장기 계약자들을 처분하고 단기 FA로 팀을 꾸린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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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2억 4,800만 달러의 계약이 시작되는 카브레라


지난해 벌랜더는 마지막 11경기에서 2.1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구속도 갈수록 회복하는 모습으로, 재기의 희망을 보여줬다. 하지만 디트로이트가 다시 한 번 실탄을 꺼내든 것은, 역시 카브레라의 존재와 그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2008년 시작된 지난 8년의 계약 기간 동안 그는 언제나 꾸준했다. 많은 장기 계약자들이 팀에 상처를 주는 것과 달리, 그는 줄곧 완벽한 모습을 유지해 왔다. 지난 8년간 기록한 43.4의 fwar는 전체 타자 중 1위이자, 투수를 포함하면 커쇼에 이은 2위의 기록이었다. 투·타의 핵심 중 하나인 벌랜더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카브레라마저 삐걱댔다면 이번 오프 시즌 디트로이트의 행보는 전혀 달랐을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결국 시간이다. 현재 카브레라가 최고의 타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도 올해 4월이면 만 33세의 나이를 맞이한다. 당장 갑작스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향후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영원할 것만 같던 푸홀스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도 33세 시즌부터였다. 또한 그의 수비력과 체구를 감안하면 계약 말미에는 1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전향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팀에 대한 기여도도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디트로이트는 짐머맨과 업튼의 영입으로 다시 한 번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다.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일리치 구단주의 한을 풀어줄 기회를 잡게 될 수도 있으나, 최악의 경우 엄청난 후폭풍도 몰아닥칠 수 있다. 카브레라의 8년 계약이 다시 시작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디트로이트가 던진 승부수가 어떤 결말을 낳게 될지 궁금해진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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