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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T캡스챔피언십 명승부1] 2011년, 연장 7차전의 인내력 승부
ADT캡스챔피언십이 오는 6일(금)부터 8일(일)까지 사흘간 부산 해운대비치 골프&리조트(파72, 6,591야드)에서 치러진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ADT캡스챔피언십은 2013년부터 대회 장소를 부산으로 옮겨 부산-경남 지역의 문화와 골프 발전에 공헌하자는 취지에 맞게 치러지고 있다. 동시에 항상 시즌 막바지에 치러지면서 그해의 상금왕이나 신인상 후보가 가려지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연출하곤 했다. 지나온 대회 중에 다시 돌아볼 만한 승부를 3번에 걸쳐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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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연장홀에서 마지막 파 퍼트를 놓친 김하늘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진=KLPGA)


연장 7차전까지 간 기다림의 승부

2011년 시즌 마무리 대회였던 ADT캡스챔피언십은 변화무쌍한 날씨와 함께 치열했던 연장 7차전 승부로 지금도 회자된다.

11월 중순의 제주도 날씨는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어떤 때 맑았다가도 갑자기 광풍이 휘몰아친다. 거기다가 비까지 내리면 시베리아가 저리가랄 정도로 매섭고 춥다. 8회째를 맞은 ADT캡스챔피언십은 제주도 서귀포의 롯데스카이힐제주(파72 6,323야드)에서 18일부터 3일간의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대회 첫날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서 선수들은 클럽하우스에서 대기해야 했다. 하지만 금방 그칠 비가 아니었다. 결국 대회 조직위는 대회를 이틀 36홀 경기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토요일인 19일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스코어가 좋지는 않았다. 첫날 허윤경(21 하이마트)이 버디 4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 72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 뒤로 홍슬기(23), 김자영2(20 넵스)가 1오버 73타로 공동 2위, 이민영2, 배희경, 윤채영, 이명환이 2타차로 공동 4위 군을 형성하고 있었다.

출전 선수 66명 가운데 유일하게 스코어를 잃지 않은 허윤경은 투어 2년차였으나 첫해에 톱10에 5번이나 이름을 올렸고, 11년시즌에도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4위에 오르기도 한 당찬 유망주였다. 대회를 마치고 나서 “지난해 같은 코스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준우승에 그쳐 아쉬웠는데 이번에 우승까지 하고 싶다”고 첫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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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마지막 파 퍼트를 성공시킨 조영란. (사진=KLPGA 제공)


시즌 상금과 다승 부문 선두인 김하늘(23 비씨카드)은 3오버파 75타를 치며 공동 8위에 있었다. 평균 타수 부문에서 선두인 심현화(22 요진건설)는 13오버파 85타로 무너져 공동 61위로 밀렸다. 조영란(24 요진건설)은 3번 홀 더블보기를 포함해 4오버파 76타를 치며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16번 홀에서 버디를 한 게 그나마 그날의 유일한 버디였다.

일요일은 다시 날씨가 나빠졌다. 대회 조직위는 예비일 제도를 쓸 수밖에 없었다. 월요일인 21일에서야 2라운드를 마지막 라운드로 치를 수 있었다.

첫 라운드에서 13위였던 조영란의 이날 플레이는 견고했다. 1번 홀 보기로 시작했지만 2, 4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6번 홀 보기를 한 뒤에는 9, 13,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오버파 145타였다. 8위로 라운드를 시작한 김하늘은 버디 4개에 보기 2개로 2타를 줄인 70타로 라운드를 끝마쳤다. 145타로 조영란과 동타였다.

그 뒤로 안신애가 4타를 줄이면서 데일리베스트 68타를 기록했으나 첫날 스코어가 부진해서 한 타차로 공동 2위였다. 첫날 선두였던 허윤경은 3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7오버파 79타를 치면서 일찌감치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공동 선두이던 김보경과 정재은이 파5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결국 김하늘과 조영란의 연장전에서 승부가 가려지게 됐다.

2005년에 투어에 데뷔해 2007년 KB국민은행 스타투어에서 우승 경력을 가진 조영란에겐 4년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였다. 2011년은 시즌 초에 두산매치플레이에서 공동 5위를 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에 비하면 김하늘은 이미 6승을 거두고 있었다. 2011년 시즌에도 직전 대회인 이데일리KYJ골프여자오픈에서 우승을 거둬 샷감이 절정이었다. 우승이 절박한 조영란과 상승세를 타고 있던 김하늘의 연장 승부였다.

파5 마지막 홀인지라 누가 먼저 버디를 하면 끝나는 상황이었는데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연장 여섯번째 홀까지 두 선수는 버디없이 이븐파 4번, 보기 1번, 더블보기 1번을 똑같이 기록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대회 관계자들은 ‘한 홀만 더 지나면 자동차로 서치 라이트를 켜야 하나’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승부는 연장 일곱번째 홀에 가서야 갈렸다. 조영란은 세번째 샷으로 온 그린 시켰고 파를 잡았지만 김하늘은 세번째 샷이 그린 왼쪽 마운드를 넘어 뒤로 빠졌고 파 퍼트가 홀 왼쪽을 스치며 굴러갔다. 그 순간 김하늘은 긴장이 풀렸는지 털석 주저앉았다.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2009년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유소연과 최혜용이 연장 아홉번째 홀까지 혈투를 치른 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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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트로피와 ADT캡스 박스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사진=KLPGA)


조영란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무척 어려운 승부가 된 것 같고, 추위와의 싸움이었다”면서 “힘들게 연장까지 갔는데 우승을 하지 못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2위를 한 김하늘은 이 대회에서 시즌 3승으로 다승왕과 상금왕, 그리고 대상 포인트 1위를 확정하면서 3관왕에 올랐다. 조영란은 우승 상금 8,000만원을 손에 넣어 상금 순위에서도 17위로 급상승했다.

4년 동안 절치부심하던 기다림의 시간 끝에 온 우승은 비바람과 악천후, 그리고 시련과 기다림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서야 찾아온 희망의 손님이었다. 마지막 퍼트는 기다림과 간절함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트로피와 함께 지폐를 담은 8각형의 ADT캡스 박스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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