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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와 성(性)] 해리포터 퀴디치와 요도염 PCR
영화 <해리포터>에는 '퀴디치(Quidditch)'라 불리는 상상의 스포츠가 등장한다. 마법을 다룬 영화답게 퀴디치는 마법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하는 스포츠이다. 축구나 럭비와 비슷한데, 빗자루를 타고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둥그런 골대에 통과시키면 득점을 하는 스포츠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퀴디치가 실제로도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실사판 퀴디치는 비록 하늘을 날지는 못해도 빗자루를 두 다리 사이에 낀 채로 공을 들고 사람들이 달리며 진행하는 스포츠이다. 현재는 북미 지역에서 정식으로 퀴디치 기구가 출범하고 프로스포츠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노땅 직원들의 구글 입사를 다룬 영화 <인턴십(intership)>에서도 구글 직원들이 빗자루를 들고 퀴디치를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이 정도가 되면 해리포터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놀라게 된다. 새로운 스포츠를 만들 정도이니 말이다.

퀴디치의 득점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강력한 득점은 '골든 스니치(Golden Snitch)'라 불리는 날개 달린 작은 황금색 공을 잡는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기억을 할 것이다. 룰에 따르면 이 공을 잡기만 하면 무려 150점을 득점하며 경기가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다른 공은 무시하고 골든 스니치만 잡으러 필드를 누비는 포지션이 생기게 된다. 바로 수색꾼(Seeker)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해리포터도 수색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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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골든 스니치.


재미있는 점은, 비뇨기과 의사들이 각종 성병 진단을 할 때 사용하는 진단 방식이 이 퀴디치란 스포츠와 닮아 있다는 점이다. 바로 요도염이나 각종 성병 진단에 최근 널리 사용되고 있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이 그것이다.

사실 성병균들은 그 특성상 체외에서 잘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소변이나 각종 검체들을 통해 배양 검사를 할 경우 균이 잘 자라지 않아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기존의 배양 검사와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꾸준히 요구되었다.

PCR 검사는 기존의 배양 검사와는 달리 특정 균의 DNA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방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DNA는 우리가 과거 학창 시절에 배웠듯이 두 개의 가닥으로 되어 있으며, 4개의 염기가 마치 4진수 컴퓨터 언어처럼 길게 배열되어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이 DNA의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이 PCR이다.

PCR은 우리가 찾고자 하는 균의 특정 염기 서열을 품은 프라이머(primer)를 이용해, 환자의 소변이나 질액 등의 검체 내에 해당 균의 유전자가 존재하는지를 탐색하는 방법이다. 만일 해당 균의 유전자가 존재한다면, 프라이머가 가서 결합을 하게 되고 뒤이어 유전자가 증폭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우리가 검출할 수 있는 양까지 유전자의 양을 늘려 진단에 이르게 한다.

프라이머가 방대한 검체 내에서 임질이나 클라미디아 같은 균의 유전자를 찾아 나서는 과정은, 마치 해리포터에서 수색꾼이 골든 스니치를 찾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골든 스니치를 잡는 순간 150점의 고득점을 하듯, 프라이머가 균의 유전자에 결합하는 순간 대량의 유전자 증폭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들은 환자가 현재 감염되어 있는 질병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PCR은 성병에서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이미 법의학의 수사나, 친자 확인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개발자인 멀리스 박사는 PCR을 개발한 공로로 1993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초 우리 나라를 강타한 메르스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데에도 PCR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도 실험실에서 골든 스니치를 찾듯 열심히 세균의 유전자를 찾아 나서고 있는 프라이머처럼PCR은 요도염과 같은 성병은 물론 각종 감염병의 진단에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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