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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몽의 7회’ 허무하게 마무리된 추신수의 가을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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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마무리한 추신수 (사진=OSEN)


단기전. 따지고 보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강력한 에이스도 필요하고, 훌륭한 마무리 투수의 존재도 필수적이다. 답답한 흐름을 끊어 줄 홈런도,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기동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상대 팀의 전력 분석이 완벽히 이뤄진 시점에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은,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만큼이나 우리 것을 지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결국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대처하기 이전에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역시 견고한 수비다.

15일(한국 시간) 2승 2패로 맞선 가운데 열린 텍사스와 토론토의 디비전 시리즈 최종전도 승부는 수비에서 갈렸다. 텍사스는 3-2로 앞선 가운데 7회말 수비에 돌입했다. 선발로 나선 콜 해멀스는 작심한 듯 정규 시즌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95마일의 패스트볼을 연신 뿌리며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투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삼진을 잡거나, 자신이 던진 공을 타자들의 방망이에 빗맞히는 일까지다. 해멀스는 7회에도 연신 빗맞은 타구를 양산해냈지만, 이후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해멀스는 선두 타자 마틴을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했지만, 유격수 앤드루스는 포구를 하지 못했다. 힘없는 평범한 땅볼 타구였으며, 마틴의 느린 주력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수비였다. 해멀스는 후속 타자 필라를 다시 1루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타구를 잡은 모어랜드는 공을 제대로 쥐지 못한 채 2루 송구에 나섰고, 원 바운드로 향한 공은 다시 앤드루스의 글러브를 빗나가고 말았다.

경기 종반 무사 1,2루의 황금 기회. 토론토의 선택은 희생 번트였다. 하지만 고인스는 타구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공을 잡은 벨트레는 3루로 볼을 뿌렸다. 당연히 포스 아웃이 예상되는 순간. 하지만 뭔가에 홀린 듯 한 앤드루스는 평범한 송구를 다시 놓치고 만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어이없는 3연속 실책. 텍사스는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아쉬운 수비는 계속됐다.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다이슨은 도널슨을 2루수 방면 뜬공으로 유도했다. 하지만 타구 판단에 실패한 2루수 오도어는 첫 발 스타트를 타구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끊는 실수를 범했고,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그의 키를 넘어갔다. 1루 주자를 2루에서 잡아내며 안타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허무하게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바티스타의 결승 3점 홈런. 3-2의 리드는 순식간에 3-6으로 뒤집히고 말았다. 3실책이 쏟아져 나온 7회 이전, 이번 시리즈 47이닝 동안 단 두 개의 실책만을 기록했던 텍사스로선 그야말로 악몽의 7회였다.

반면 토론토는 고비마다 훌륭한 수비를 선보이며 승리를 잡아냈다. 6회 고인스는 2사 3루 위기에서 앤드루스의 적시타로 이어질 뻔한 타구를 멋진 수비로 걷어냈으며, 7회 도널슨은 드실즈의 내야 안타성 타구를 기민한 맨손 캐치로 잡아내며 대량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그리고 8회 고인스는 다시 한 번 벨트레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며, 텍사스가 바라보던 마지막 희망의 싹을 잘라내 버렸다. 텍사스가 7회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른 장면들이었다. 경기는 토론토의 6-3 승리로 마무리됐고, 토론토는 1993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22년 만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고대하며 기다리던 추신수의 가을야구도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추신수는 이날 타선에서 유일하게 빛난 타자였다. 1회 무사 2루 기회에서 2루 땅볼로 진루타를 쳐내며 선취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고, 3회에는 본인의 포스트시즌 통산 2호 홈런으로 팀에 2-0 리드를 안겨줬다. 의도된 장면은 아니었으나, 7회에는 마틴의 실수를 이끌어내며 다시 팀이 리드를 가져오는 득점에 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고군분투는 팀 패배로 빛이 바라고 말았다.

지난 9월 글로브 라이프파크에서 만난 추신수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추신수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가진 선수를 보면 질투가 난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자존심이 강하다고 말하는 그이기에 ‘질투’라는 단어는 기자에게도 우승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지난 겨울 수술을 받은 이후 몸을 다시 만들고, 스프링캠프와 정규시즌까지 모두가 우승을 위해 노력해 온 시간들 아니겠느냐”고 말한 그는 “우승을 하게 된다면 내 야구 인생을 다시 평가받는 기분일 것 같다”며 올 가을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언제나 팀 승리가 최우선 목표라고 말하는 추신수. 하지만 이날 텍사스를 엄습한 악몽의 7회는 그에게 더 이상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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